50대 남성 우울증 환자 빠르게 늘어나

그들의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동족상잔의 비명과 살육의 공포에서 벗어나 평화의 시대에 그들은 ‘마구’ 태어났다. 워낙 신생아 수가 많아 베이비부머(1955-63년 출생으로 만으로 따져 대부분 50대)라고 그들은 총칭된다.

초등학교 때는 한 학년에 반이 16반까지도 있었다. 2부제도 모자라 3부제 수업도 했다. 한 학급 인원수가 100명에 육박했다. 콩나물 교실에서 공부했다. 중학교도 시험처서 들어갔다. 고등학교도 시험봐서 들어간 친구도 있었다. 대학은 예비고사를 보고, 본고사도 치렀다.

사회에 나와 결혼하고 자리가 조금 잡히는가 싶더니 IMF가 터졌다. 넥타이 매고 산으로 출근하는 이들이 많아졌었다. 집에서는 순위가 개 다음이었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고, 부모님들 공양해야 했고, 자식 과외시켜야 했고, 사회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피터지게 싸워야 했다. 노후를 준비할 틈이 없었다. 이제 그들은 장년을 넘어 초로(初老)로 접어들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은퇴하여 다시는 일손을 못 잡게 되고, 어떤 이들은 3D업종에서 근근이 일자리를 찾아서 연명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먼데 그들의 아랫도리는 힘이 풀린 지 오래다. 그래서 그들은 아픈 것이다. 육신도 켜켜이 두르고 있는 삶의 무게에 버겁지만 마음은 더욱 내려앉고(depressed) 있다.

50대 남성의 우울증 환자 증가율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퇴직은 빨라졌지만 부모 및 자녀 부양의 의무는 여전히 남으면서 경제적 고통과 정서적 고립감이 심화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목희(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 우울증 환자 가운데 베이비부머 세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우울증 환자 수는(2014년 기준) 전체 61만429명 중 12만3340명(20.2%)으로 연령별 환자 수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남성의 우울증 환자수 증가율이 특히 높았다. 전체 우울증 환자 수는 2010년 53만5828명에서 2014년 61만429명으로 13.9% 증가 하였는데 50대 남성은 같은 기간 3만357명에서 3만6102명으로 18.9%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대한민국 발전의 주역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젊어서는 가족과 나라를 위해 일만하고,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는 직장에서의 조기은퇴, 부모봉양과 자식교육 등에 대한 고민과 걱정으로 인해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있다”며 “우울증은 적절한 치료를 제 때 받지 못하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질병이다. 보건당국은 이를 위한 홍보 및 해결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창 일할 나이도 아닌 그들. 그들은 지하철도 공짜로 못타고, 노령연금을 받는 것도 아니다. 돈 쓸 때는 많은데 호주머니는 썰렁하다. 그래서 마음이 아픈 그들의 술잔에서 눈물을 거둬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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