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땐 고기 한 점 먹기가 그리도 어려웠다. 무슨 큰 날이나 닥쳐야 맨날 지나치는 정육점 문을 열게 된다. 돼지고기 한근 떼서 신문지에 돌돌 말아서 집에 올 땐 벌써부터 허기에 절은 배가 미리서 알아차리고 아우성을 쳐댔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붉은 고기(red meat)가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발암물질 지정에 햄과 소시지 같은 가공육 제품의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가공육 제품이 1군 발암물질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하루 전부터 전해지면서 대형마트에서만 햄, 소시지, 베이컨 등 가공육 매출이 일제히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죽음에 이르는 병, 암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지난 27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일반인들이 주로 섭취하고 있는 소시지 등 가공육·붉은 고기 등이 암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나서자 일파만파의 파장이 일고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소시지·햄·핫도그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발암 위험성이 큰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붉은 고기의 섭취도 암 유발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의료전문가들이 그동안 수행해 온 기존 연구들에서 가공육의 섭취가 직장암을 유발한다는 충분한 증거가 제시됨에 따라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면서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18%로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런 발표에 가장 먼저 발끈하고 나선 게 육류가공업계다. 아니나 다를까 언론보도가 나가자마자 마트 등 유통가에서는 가공육과 붉은 고기 찾는 고객이 뜸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육가공협회는 "단백질의 보고인 가공육과 붉은 고기의 순기능을 무시하고 1군 발암물질인 석면·비소 등과 동급으로 거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밝히면서 "가공육과 붉은 고기는 5대 필수 영양소의 한가지인 단백질의 보고인데 IARC는 단백질의 순기능을 무시하고 1군의 석면이나 비소와 같이 동급으로 위험을 거론한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비교"라고 반박했다.

그 시절에는 아침에 고깃국을 먹으면 기분이 그래선가 하여간 종일, 아니 며칠은 배가 든든했다.

뭐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지금은 넘쳐나는 게 고기지만 적당히만 먹으면 암 걱정은 안 해도 될 듯싶다. 고기 ‘무한리필’ 집에 가도 아무리 속에서 댕겨도 자제하는 습성을 기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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