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화가 있다. ‘도박을 끊기 위해 손을 못 쓰게 하였는데 나중에는 화투패를 발가락으로 다루더라.’ 옛날 시골에서는 농한기 노름방에 잘못 들렀다가 처음에는 소 팔고, 다음엔 전답, 그 다음엔 선산, 나중엔 마누라까지 팔아먹고 결국 목을 맸다는 슬픈 얘기도 심심찮게 들리곤 했다.

인터넷 사행 게임이 범람하는 세상이다. 이밖에도 스포츠, 경마 도박 등이 모두를 유혹하고 있다. 심심찮게 연예인, 운동선수들이 도박에 빠져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국민의 만 20세 이상 연령층 가운데 거의 207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도박중독을 경험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20세 이상 10명 가운데 8명꼴로 평생에 걸쳐 사행활동을 한 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가 13일 발표한 '도박중독실태와 예방·치료 정책 현황 및 과제'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인의 도박중독률은 중위험군 3.9%와 문제군 1.5%를 합해 모두 5.4%로 조사됐다. 20명 가운데 1명 이상이 도박 중독을 경험했다는 얘기다.

의료전문가들은 ‘도박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병’으로 본다. 마약이나 술에 중독되면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해지고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벗어나기 힘들어지는 것과 똑같이,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다시 말해 도박중독은 마음이나 의지의 병이 아니라 뇌의 병이어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뜻이다.

한번 빠지면 빠져 나오기 힘든 도박의 구렁텅이에서 헤매는 이들이 무려 200여만명(20세 이상 기준)이라니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일임에 분명하다.

이러한 심각성을 직시하고 나라에서는 도박중독치유센터를 지역마다 설치,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 구성이나 직원들의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우수하고 치료 및 예방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상담 및 치료를 위한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고 하니 도박중독자들에게 등불이 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나 200여만 명으로 추산되는 도박중독 경험자들의 엄청난 숫자를 고려해 볼 때 보다 적극적인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번 보고서 연구책임자는 "도박중독은 완치가 어려우며 가족관계의 와해와 신용불량, 재산손실 등 다양한 재무적, 법률적 문제를 안고 있어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 간에 유기적인 연계체계를 구축해 적극적인 예방활동과 조기발견·치료·재활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계당국이 깊이 새겨들을 대목이라 하겠다.


 

저작권자 © 닥터더블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