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자존심 상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90세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텐데 또 왔냐고 전해라/100세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극락왕생 할 날을 찾고 있다 전해라...>

지난해 남녀노소 구분 없이 즐겨 입에 담았던 유행가 한 대목이다. 노래도 노래지만 가사가 일품이다. ‘백세인생’이란 노래 제목처럼 이제 길고 길게 사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가 서서히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추세와 맞물려 이 가요의 인기는 요원의 불길처럼 확산됐고, 특히 ‘~전해라’하는 어투는 SNS의 단골 서술 메뉴가 됐다.

이제는 노인정에 70세 노인이 입장하면 90세 이상 노인들은 퇴정을 곧장 해 버린다. 이들 노인 왈 “자식 같은 애(?)들 하고 어떻게 같이 놀아”하면서 혀를 차댄다. 70대들도 노인 대접 받기 힘든 세상이 된 것.

아니나 다를까 우리나라에서 65세 노인 1.6%가 100세를 넘겨 장수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종인 원광대 장수과학연구소장(보건복지학부 교수)은 100세 이상 초고령자 2명 이상이 사는 전국 114개 시군지역을 대상으로 '1975년부터 2011년까지의 100세 생존율'을 분석한 뒤 이 같은 연구결과를 도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100세 생존율은 1975년 당시 65세이던 노인이 2011년에 100세까지 생존하는 확률을 본 개념이다.

연구 결과 1975년 당시 65세였던 노인이 2011년에 100세까지 생존할 평균 확률은 인구 1000명당 평균 16명(1.6%)이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21명으로, 남성의 9명보다 2.3배 높았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지역별 최고 장수지역은 경기도 의정부시였다.

의정부시는 2011년 기준으로 '65세 노인의 100세 생존확률'이 1000명당 115명으로 유일하게 100명을 넘어선 지역이었다. 이어 부천시(93명), 성남시(84명), 안양시(80명), 고양시(68명), 수원시(49명), 평택시(39명), 용인시(37명), 파주시(34명), 목포시(28명) 등의 순이었다.

전체적으로는 100세까지 생존율이 10명 이상인 지역이 조사대상 114곳 가운데 68곳, 20명 이상인 지역이 20곳이었다.

주목할 것은 100세 생존율이 높은 지역들이 대부분 서울 주변의 위성도시였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1~10위 지역 중 9곳이 서울 인근의 도시였다.

이 같은 지역별 차이에 영향을 미친 생태학적 요인으로는 ▲ 가구당 월 최소생활비(평균 203만원, 2011년 기준) ▲ 경제활동인구수 (1000명당 평균 90명) ▲ 상하수도 보급비율 (평균 68%, 2005~2010년 기준) ▲ 아스팔트 도로포장 비율(평균 75%, 2005~2010년 기준) ▲ 도시화 수준 등이 꼽혔다.

연구를 주도한 김종인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각 지역사회의 경제적 수준과 기반시설, 질병이 발병할 때 신속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는 도시화된 지역 환경 등이 100세까지 장수하는데 잠재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구자들의 평가를 볼 때 백세인생은 결코 우연히 주어진 건 아닌 게 분명하다. 사회경제적인 환경과 함께 우수한 의료 수준 등이 어우러져 장수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가늘고 길게’ 사는 우리네 인생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건강한’ 백세인생으로 만들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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