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이상 서서히 진행하는 만성신부전증, 초기 증상만으로는 알 수 없어

▲ 해운대 부민병원 신장내과 조선영 과장
정 모씨(65)는 얼마 전부터 심한 두통과 함께 손발이 붓는 증상이 이어졌다. 심하게 부을 때는 양 손발을 굽히기 어려울 정도였고 손으로 팔을 잡으면 자국이 심하게 남을 지경이었다. 또 수시로 구역질이 일기도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컨디션이 나쁘고 피로가 겹쳐 그런 거라고 넘겼는데, 점점 증상이 심해지자 걱정이 돼 병원을 찾았다. 그의 병명은 만성신부전증이었다.

신장은 좌우 양쪽에 하나씩 존재하는 내장 기관으로 강낭콩을 닮았다고 해 우리말로 ‘콩팥’이라고 불린다.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어 소변으로 배출하며 전해질 농도 및 혈압 조절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데, 이런 신장에 이상이 생기면 신부전증을 비롯한 여러 질환이 발생한다.

신부전증은 신장이 만성적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몸 안에 노폐물이 쌓여서 신체의 여러 가지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신장기능이 감소하는 속도에 따라 수일 만에 발생하는 급성신부전과 3개월 이상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신부전으로 나눌 수 있다.

신부전증은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신장 기능이 점차적으로 저하됨에 따라 피곤함, 가려움증, 식욕 부진, 다리가 붓는 부종 등의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또 소변량이 현저히 감소하는 핍뇨, 혹은 소변이 나오지 않는 무뇨가 발생하기도 한다. 신부전은 고혈압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며 만성신부전이 악화되면 빈혈, 전해질 이상, 대사성 산증, 혈액응고 장애, 혈압 상승, 심혈관 질환, 대사성 골 질환과 같은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신기능 손상이 진행됨에 따라 요독의 축적으로 인해 소양증, 말초신경 증상, 요독성 위장관 증상, 영양장애, 폐부종, 심장막염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해운대 부민병원 신장내과 조선영 과장은 “일반적으로 신장은 그 기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이상을 감지하기 어려워 많은 분들이 만성신부전증으로 발전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다”며 “말기 신부전증의 경우 생명의 위험이 찾아오기도 하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당뇨와 고혈압 등의 신부전증의 위험요소를 가진 분들은 물론이고, 기저 질환이 없는 사람도 신장질환의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한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중요하며 건강검진상에서 신기능 이상이 발견됐을 때 신장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만성신부전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9만 596명이었지만 2013년에는 15만 850명으로 연평균 13.6%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의 환자가 65세 미만 환자보다 9배 가량 더 많은 것으로 조사돼 중장년층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말기 신부전으로 발전하면 결국 투석이나 신장이식과 같은 신대체치료가 불가피해진다. 투석치료는 어지러움, 메스꺼움 등의 요독증상이 있을 때,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부종이 치료되지 않을 때나 신장 기능이 10% 이하로 떨어졌을 때 시작한다. 혈액투석 치료는 일주일 중 3일, 1회 4시간 동안 치료를 받아야 한다.

조선영 과장은 “혈액 투석은 무엇보다도 신장내과 전문의의 진료 후에 이루어져야 하며, 투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혈압 쇼크, 혈관 문제 등의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면서, “혈액 투석 병원을 선택할 때는 신장내과 전문의, 투석 전문 간호사 등이 상주하는지를 먼저 살펴보고 깨끗한 실내 환경과 믿을 수 있는 장비를 사용하며 응급의학과, 외과 등 응급상황 발생 시 원활한 협력진료가 가능한 곳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성신부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비만의 경우 규칙적이고 적절한 운동으로 체중 감량을 해야 하며, 흡연은 특히 신장에 좋지 않으므로 반드시 금연하도록 한다. 신장 기능이 저하된 사람이라면 철저한 식이요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나트륨ㆍ카륨ㆍ인ㆍ단백질의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신부전 초기에는 탈수를 막기 위해 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지만, 신부전이 진행되면서 소변량이 감소해 수분 배설이 어려워지면 물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만성콩밭병 환자의 경우 음식물 섭취에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우선 만성콩팥병 환자는 칼륨 함유량이 많은 바나나, 토마토, 참외, 수박, 오렌지 등의 과일로 만든 주스를 피하고, 시금치, 상추, 부추 등 생야채의 섭취도 줄여야 한다. 소변으로 배설되지 않고 혈중에 남아 있는 칼륨으로 인한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고 부정맥 및 심장마비 등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우유, 유제품, 곡류 및 단백질 섭취를 줄여 적정한 혈중 인 수치를 유지해야 한다.

또 흡연은 신장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므로 금연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

만성신부전증 환자는 무엇보다도 끈기 있게 의사의 지시에 따라 치료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약물 복용과 자가혈압 및 혈당 체크를 꾸준히 하며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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