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단속 기준 0.05%에서 0.03%로 강화하는 방안 검토 중

▲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성태 원장
경찰청이 54년 만에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술 한 잔은 괜찮다’는 잘못된 음주문화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 음주운전 단속 기준 대상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이상인 상태에서 운전하는 경우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5%에 달하는 음주량은 대략 소주 두세 잔 혹은 맥주 500cc 정도로 알려져 있다. 경찰청은 이 기준을 0.03%로 낮춰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이 달 한 달 간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시행해 음주운전 단속에 관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3%는 통상 소주 한두 잔, 맥주는 두 잔 정도만 마셔도 측정될 수 있는 수치다. 이를 두고 ‘과연 몇 잔까지 마셔야 안전한가’에 대해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고 측정 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단순히 음주량과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성태 원장은 “알코올은 이성적인 판단과 사고를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며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알코올을 섭취 시 사람에 따라 주의력이나 사고 발생 시 대처하는 능력이 뒤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13년 한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뇌파 실험 결과에 따르면 술 한 잔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의 한 연구진 역시 술을 마시는 남성 14명의 뇌 활동 조사를 통해 술 한 잔을 마시더라도 신체의 반응 속도가 느려져 실수할 가능성이 크고 이를 인지하는 뇌의 능력도 떨어진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허 원장은 “특히 평소 자신의 주량이 세기 때문에 ‘이 정도면 멀쩡하다’는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는 이들이 많다”며 “단속 적발이나 사고의 경험이 없으면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게 되고 술의 양도 늘어나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이후 재취득한 사람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음주운전을 다시 할 가능성이 일반인 대비 8배나 높다는 국내 조사 결과가 있다. 얼마 전에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 도중 음주단속에 걸려 재판을 앞두고 있던 남성이 뺑소니 사고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허성태 원장은 “음주운전 단속 기준이나 처벌수위가 강화된다 하더라도 국민의 의식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며 “한두 잔쯤 마셔도 괜찮다는 안이한 인식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만큼, 음주운전은 과실이 아닌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술을 입에 댔다면 절대 운전대를 잡지 않는 음주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닥터더블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