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아, 다태아 증가 속 신생아 집중치료실도, 장비도, 정보도 부족

 
#1. 튼튼이는 아빠 엄마에게 4년 만에 찾아온 첫 아이의 태명이었다. 태명처럼 튼튼하게만 자라기를 바라던 임신 30주 무렵, 엄마에게 ‘임신중독증’이 찾아왔다. 게다가 전치태반으로 자연분만조차 불가능한 상태였다. 한시가 급한 상황,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위해 서둘러 분만을 진행해야 했다.

그러나 문제는 ‘벤틸레이터(산소호흡기)’에 있었다. 자가 호흡이 어려운 튼튼이는 태어나자마자 벤틸레이터에 의지해야 했지만, 다니던 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 벤틸레이터가 모두 사용 중인 탓에 이곳에서는 출산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의료진들은 전국 각지에 있는 신생아집중치료실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고, 한 시간여 만에 튼튼이를 받아줄 수 있는 병원을 찾았다. 응급수술에 들어간 엄마와 튼튼이. 모두가 무사하길 바랐건만, 얼마 뒤 수술실에서 슬픔의 눈물이 새어나왔다. 튼튼이가 아빠 엄마에게 눈인사도 하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떠난 것이었다.

만일 처음 찾았던 병원에 여유 병상만 있었다면, 튼튼이는 무사히 아빠 엄마 품에 안길 수 있었을까? 아빠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 씩 이미 지나가버린 그 ‘만일’의 상황 때문에 가슴이 미어진다.

#2. 충남 논산에 거주하던 노총각 김 씨는 2년 전 필리핀 여성과 결혼, 다문화가정을 이루었다. 밭을 일구며 소소한 행복을 일궈가던 김 씨 부부에게 어느 날 남들보다 두 배의 기쁨이 찾아왔다. 바로 쌍태아를 임신한 것.

일반 산모보다 두 배 이상 큰 배 때문에 걷고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두 아이를 만날 생각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쌍태아인 만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김 씨 부부는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았고, 쌍태아들은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그러나 임신 32주차 무렵, 조기진통이 찾아왔다. 자궁이 과하게 팽창되면서 진통이 온 것이다. 곧바로 분만을 시도해야 했지만 해당 병원에서는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 사용할 수 있는 여분의 벤틸레이터가 딱 하나 뿐이었기 때문이다.

두 아이 모두에게 필요했던 장비인지라 김 씨 부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의료진은 곧장 다른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40분 거리의 천안의 한 병원에 여분이 있었고, 쌍둥이들은 무사히 그리고 건강하게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튼튼이 아빠 엄마, 그리고 김 씨 부부의 이야기는 어쩌다 일어나는 일들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세계가 부러워한다는 의료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왜 이런 일이 빚어졌을까?

신생아 집중치료실, 왜 부족할까?
사회적 만혼으로 고령산모 및 조산산모가 늘면서 미숙아가 많아졌다. 또 고령산모가 늘다보니 임신이 어려워 인공임신시술을 하는 부부가 증가하면서 다태아 역시 늘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고위험 산모나 고위험 신생아의 출생도 늘었다. 이렇게 늘어난 고위험 신생아는 세상에 나와 따뜻한 엄마 품이 아닌 ‘인큐베이터’라는 침대부터 만나야 한다. 그것도 한 번 입원하면 적어도 일주일, 보름부터 많게는 두세 달도 넘게 이 안에서 지내야 한다. 하지만 아기를 받아줄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갖춘 병상은 한정돼 있다.

신생아 중환자실은 병상 회전율과 중환자 입원 수가가 낮지만 전문 의료진은 24시간 가동돼야 한다. 한마디로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다. 한시가 급한 응급상황의 고위험 산모가 아기를 낳기 위해서 다른 병원, 다른 지역, 심지어 전국 어느 곳이든, 몇 시간이 걸리든 미숙아나 고위험 아기를 입원시킬 수 있는 병원을 찾아 헤매 다녀야 하는 이유이다.

그래도 지금은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 정부가 수가 개선, 병상확충 등 지속적 지원에 나섰고, 지난해에는 전국에서 을지대학교병원 등 4개 병원이 지원 사업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5개 병상을 지원받은 타 지역 병원과는 달리 10개 병상을 지원받게 된 을지대학교병원은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집중치료에 대한 수요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여기에 7개 병상을 추가 증설했다. 기존 13개 병상에 불과하던 신생아 집중치료실이 총 30개 병상으로 증설된 것이다.

미숙아, 조산아, 저체중아들은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아직 성장하지 못했을 뿐이다. 아기와 가족이 함께 겪어야 할 조금 힘든 과정이긴 하나, 결코 절망하거나 슬퍼할 일이 아니다. 그 과정들을 이겨내고 나면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아름답고 귀한 추억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엄마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엄마 품에 앞서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다른 아이들과 누워있는 이른둥이의 모습과 여기에 더해 한 뼘 크기 여린 생명들의 몸을 칭칭 감은 신생아 집중치료실의 낯선 장비들을 보면 어느 부모랄 것 없이 두려워하거나 힘들어하곤 한다.

물론 머지않아 이러한 장비들이 엄마 뱃속만큼 내 아이를 잘 보호하고 성장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 전까지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안간힘을 쓰곤 한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생소한 장비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등등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한다. 의료진에게 짬짬이 묻기도 하고 인터넷을 뒤지거나 책을 구해 읽기도 하지만 기대보다 적은 정보에 답답해하는 것이 보통이다.

전문 의료진·고가 장비, 왜 필요할까?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이란 신생아 중환자실과 같은 개념으로, 2.5kg 미만의 미숙아와 심장이상 등 선천성 질환을 가진 고위험 신생아를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곳이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에는 손이 많이 필요하다. 말 못하는 아기들이 후유증 없이 무탈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의료진의 전문성과 숙련도는 아기들의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친다. 신생아 집중치료 지원 사업에 선정된 병원들이 전문 의료진 구성을 위해 공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문을 연 을지대학교병원도 17개 병상을 늘리면서 총 21명이나 되는 전문 의료진을 충원해야 했다.

더불어 아기들의 체구가 워낙 작다보니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는 특수 제작된 ‘초소형’ 의료장비를 보유해야만 한다. 이들은 일반 의료장비보다 2~3배 비싸다. 고위험 아기들에게 숫자는 단순한 숫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단 1g의 몸무게라 하더라도 생명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아무리 고가라 하더라도 각종 장비는 필수로 구비돼 있어야 한다.

특히 튼튼이 아빠 엄마, 그리고 김 씨 부부의 사례에 등장했던 ‘벤틸레이터’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의 핵심 장비라 할 수 있다. 벤틸레이터는 자신의 힘으로 숨 쉴 준비를 하지 못한 아기들의 호흡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호흡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기들의 자가 호흡을 보완해 주는 것이다. 을지대학교병원의 경우 총 18대의 벤틸레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저체중 출생아라고 하면 보통 ‘인큐베이터’를 떠올리기 쉽다. 인큐베이터는 미숙아, 조산아, 저체중아를 위한 전용병상으로, 온도·습도·환기를 이상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산소분무가 가능하고, 처치·체위변경 및 체중·신장 등의 측정이 가능하다.

미숙아, 조산아, 저체중아뿐 아니라 정상 신생아, 영유아들이 각종 질병에 의해 입원을 해야 할 때 부모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주사바늘이다. 의료계에서는 ‘라인을 잡는다’고 표현하는데, 아기의 혈관이 워낙 작기 때문에 라인을 찾는 것이 어려울뿐더러 아기의 작은 손에, 발에, 팔에 또는 다리에 내내 꽂혀 있어 거슬리기 일쑤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사바늘과 카테터로 불리는 작은 튜브들은 아기들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선들이다. 우선 정맥 주사라인은 영양소나 약을 주입하기 위해 사용된다. 대부분 NICU 첫날 잡게 되며, 매우 미숙하거나 감염된 부위가 있을 경우 더 오래 달려있을 수 있다. 또 하나 이상의 라인을 다는 것은 섞이지 말아야 하는 약을 따로따로 주입하기 위함이다.

미숙아나 호흡에 문제가 있는 아기들은 수혈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이 같은 경우에는 동맥에 라인이 삽입된다. 동맥 라인은 통증 없이 피를 빼고 지속적으로 아기의 혈압을 측정하는 데 사용된다.

인큐베이터 옆에는 액체 주머니나 약물이 담긴 주사기가 막대 혹은 펌프에 걸려 있고, 이것들은 아기에게 붙어 있는 카테터에 연결돼 있다. 이를 통해 아기에게 필요한 약물들이 부드럽고 정확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또 아기들의 식사는 코나 입을 통해 위장에 가늘고 부드러운 튜브를 넣어 공급한다. 이를 ‘위관 영양법’이라고 부른다.

아기가 양쪽 가슴과 배에 센서를 부착하고 있다면 심폐 모니터를 떠올리면 된다. 심폐 모니터는 매 분마다 아기의 호흡과 맥박 또는 심박을 체크하고, 모니터에 숫자와 그래프로 나타낸다. 의료진이 아기에게 맞는 적정 범위를 결정하게 되고, 이를 벗어나면 모니터에 알람이 울린다.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피부 속 혈관의 혈액에 빛을 투과시켜 산소포화도를 검사하는 장치이다. 이 장치를 통해 폐에서의 가스 교환 상태를 알 수 있다. 보통 손가락에 집게 센서를 물려 측정한다.

만약 아기의 팔이나 다리에 밴드가 둘러져 있다면, 이는 혈압을 측정하기 위함이다. 혈압은 간혹 동맥에 넣은 카테터를 통해 측정하기도 한다.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는 수많은 이른둥이들이 이렇게 의료진과 장비들의 도움을 받아 오늘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가족과 의료진에게 하루하루 희망을 선물하면서 말이다. 튼튼이 아빠 엄마와 같이 미처 손도 써보지 못한 채 작고 가냘픈 생명을 허무하게 떠나보내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이는 신생아 집중치료 관련 사업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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