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제약사 입사하기가 만만치 않다. 대기업 못지않은 연봉에다 각종 인재양성프로그램 실시 등 처우가 좋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제약사에 입사한 젊은이들이 참으로 한심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경찰에 리베이트 건으로 적발된 Y제약사에서 영업직원들이 자사 약품을 배정, 처방 받기 위해 벌인 이른바 ‘감성영업’ 행태를 보면 입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이 회사 한 직원은 “아침 식사로 먹을 빵을 사오라”는 의사의 부탁을 받고 이른 아침 빵집을 찾았다. 그는 빵을 들고 황급히 의사의 집에 도착했지만 그 의사는 “내가 말한 빵이 아니다”라며 퇴짜를 놨다. 또 다른 직원은 매일같이 의사 자녀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다시 집으로 데려오는 게 주요 일과였다. 여기에다 아예 의사 집안의 붙박이 집사처럼 각종 잡일을 거들어 줘야했다. ‘갑(甲)’의 위치에 있는 의사들은 이런 혜택을 관행화되다시피 한 당연지사로 치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약사가 노예와 다름없는 영업 활동을 했다”고 단적으로 표현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의약품 채택·처방을 대가로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혐의로 문제의 Y제약사 임직원 161명과 의사 292명, 병원 사무장 38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Y제약사 총괄상무 A씨와 의사 B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 Y제약사 임직원 160여명은 2010년 초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전국 국립·대형병원과 개인의원 등 의료기관 1070곳 의사를 상대로 '선·후지원 및 랜딩비' 명목으로 약 처방액의 5∼750%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감성영업’에 더해 리베이트까지 준 것이다. 이번 리베이트 건은 단일 사건으로는 검거자 수가 가장 많은 전국 최대 규모 리베이트 사건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리베이트를 준 사람뿐만 아니라 받는 사람까지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좀처럼 리베이트 관행이 척결되지 않고 있다. 올 들어서만도 일부 외국계 제약사까지도 리베이트 구설에 올랐으며, 불과 며칠 전에는 전주 J제약사가 리베이트로 검경의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라는 보도가 나갔다. 제약업계는 끊임없이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과 준법경영을 외쳐왔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이다. 따라서 보다 강도 높은 특단의 리베이트 척결 드라이브를 주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작권자 © 닥터더블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