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잘못된 습관, 신체질환, 심리적 요인 등이 주요 원인, 자가진단은 금물

▲ 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오한진 교수
직장인 김씨는 몇 달 전부터 심해진 피로감에 어깨가 무겁다. 업무에 집중력이 떨어진 것은 물론, 몇 달 째 이어진 두통과 인후통에 감기를 의심해 약도 복용해 봤지만 증상은 그대로다. 김씨는 매일 아침 움츠려든 어깨를 두드리며 찌뿌듯한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만성 피로는 남녀노소 관계없이 6개월 이상 손 하나 까딱하기 어려운 피로를 느끼거나, 급성간염 등의 간질환, 갑상선 기능저하증, 암, 심장질환, 우울증 등 심각한 질환의 초기 증상 때문일 수 있으므로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가벼운 피로감이더라도 방치하게 되면 악순환이 반복돼 나타날 수 있는 만성피로에 대해 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오한진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반복되는 피로는 간질환, 암 등의 전조증상일 수도
만성피로증후군은 정의하기가 매우 모호하다. ‘피로’라는 주관적인 증상으로 질병의 발생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때, 피로를 유발할 만한 다른 의학적인 원인은 모두 배제돼야 하고, 피로와 함께 동반된 증상들이 특정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피로가 한 달 이상 계속되면 '지속적 피로',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피로'라고 한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정상적인 피로 증상은 대부분 일시적인 증상으로 휴식을 취하면 사라지지만,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피로는 휴식을 취해도 호전되지 않으며 환자를 매우 쇠약하게 만든다.

이러한 심한 만성 피로 증상 외에도 집중력 감소나 건망증, 두통, 전신 근육통이나 관절통증, 인두통, 목이나 겨드랑이에 임파선이 부어 몽우리가 만져지고 통증이 있는 경우, 평소에는 잘 할 수 있던 활동이나 운동을 하면 극심한 피로감이 하루 이상 지속됨 그리고 잠을 자고 나도 개운한 느낌이 들지 않는 증상 등 위 증상들 중 4가지 이상이 동시에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혹은 반복적으로 있을 때에는 특별히 만성 피로 증후군이라는 진단명을 붙인다.

이외에도 감기에 잘 걸리고 잘 낫지 않는 것, 잦은 현기증, 식은 땀, 소화불량, 냄새에 민감해져 구역질이나 구토 증상, 수족 냉증 등의 매우 다양한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만성피로는 남성보다 여성에서 4배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젊은 연령인 25~45세 정도에 특히 많이 발생하지만, 어린이나 중년 이후에도 생길 수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면역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각종 감염증, 일과성 외상 혹은 충격, 극심한 스트레스, 독성 물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외에도 우울증, 수면장애, 간 기능의 이상, 갑상선 기능저하증, 당뇨병, 부갑상선기능항진증, 만성 신부전 등과 같은 원인으로 인해 생겨날 수 있다. 또 암, 심한 빈혈, 결핵, 간염, 위식도 역류, 비만 등에 의해서도 만성 피로가 나타날 수 있다.

오한진 교수는 “피로감이 지속되고 심하다면 다른 질환의 전조증상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원인질환에 대한 검사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건강한 생활습관 유지가 ‘피로회복제’
만성 피로는 일차적으로 만성 피로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가 시행돼야 한다. 사고, 가족의 부양, 가족의 질병과 사망, 이혼, 실직 등과 같은 일상적인 생활 사건에 의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의한 경우 항우울제 투여나 정신적 안정 등의 치료방법이 동원된다.

흔히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는 운동을 포함한 일상적인 신체활동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으나 신체적인 활동을 지나치게 억제하는 경우에는 체력의 저하로 오히려 피로가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환자에 맞는 적절한 유산소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피로를 최대한 줄이는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이 중요하다. 커피나 초콜릿, 자극성 음식은 피하고 곡류, 야채, 지방, 비타민 등 에너지 균형이 고려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요즘 같은 날씨에 비타민 B1이 부족하면 몸이 나른한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비타민 B1이 많은 식품을 집중적으로 섭취하도록 한다. 그런 식품으로는 현미, 밀, 보리, 콩류, 감자, 채소, 돼지고기와 생선 등이 있다.

과식이나 과음, 오후에 지나치게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경우, 수면을 방해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없게 되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또한 너무 심한 운동은 오히려 피로에서 회복되기까지 시간을 지연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또 걷기나 자전거타기 등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점진적으로 하면 어느 정도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소 12주간의 운동계획을 세운 뒤 하루 30분 정도씩 실시하도록 하고, 무리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소에 좋은 생활 습관을 유지해 피로를 예방하고 정기 검진으로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해서 피로를 유발하는 질병을 미리미리 발견하거나 예방하는 것이다.

규칙적인 생활, 적절한 운동과 신선한 음식섭취 등 여러 노력들에도 피로가 계속될 때는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흔히 피로 증상이 나타나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자가진단을 하고 단순히 쉬거나 건강식품 등을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오한진 교수는 “피로감이 짧은 기간이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거나 무기력하게 할 경우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며 “또한 6개월 이상 피로감을 느꼈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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