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들이 기피하는 궂고 힘들고 위험한, 이른바 3D 업종을 맡아 오면서 국내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온 동남아 등지에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정부는 그동안 의료비 부담을 일정 한도 내에서 전액 지원해 줬다. 타국에서 일하다 몸까지 병들게 되면 그 막막함은 능히 추체험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그래서 인간도의상 이들에게 공공병원은 한도 내에서 의료비를 전액 면제해 주는 혜택을 줬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 외국인 근로자도 내년부터는 전체 치료비의 20%를 본인부담금으로 내도록 했다. 6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외국인 근로자 등 의료 지원 사업 안내'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서 질병이 발병해 국립중앙의료원,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 등 공공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500만원까지 입원·치료비의 80%는 정부·지자체가 지원하고 나머지 20%는 환자 본인이 내도록 했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는 한국에서 생긴 질병에 대해 공공병원에서 거의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1회 한도는 500만원이지만, 횟수 제한은 없다. 공공 의료기관이 필요를 인정하면 지원 한도가 최대 1천만 원까지로 늘어난다. 총 치료비가 1천만원을 넘으면 1천만원을 넘은 초과금액에 대해서만 본인부담금 20%가 적용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치료비가 500만원이면 100만원, 1천만 원 선을 넘어, 예를 들면 1500만 원이면 300만원 등의 20%에 해당하는 본인부담금을 내야 한다.

원래 외국인 근로자 의료비 지원 사업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민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소외계층이라는 취지로 2005년 시작됐었다. 그러나 건강보험료를 매달 꼬박꼬박 어김없이 내야하는 우리 국민도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본인부담금을 30% 정도 내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특히 일부 외국인이 이 제도를 악용한 나머지 한국에서 무료로 치료만 받고 자기나라로 돌아가 버리는 사례도 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사안을 두루 감안하여 작년 국회예산정책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본인부담금 없이 500만원 범위에서 진료비를 모두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과다한 의료혜택이라고 지적하고, 이들에게 의료이용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20%에 해당하는 본인부담금을 부과하게 된 것이다.

이제 외국인 노동자들도 내국인과 형평에 맞게 의료비 일부를 떠안게 됐다. 10여년의 무료 혜택을 수혜했으니 이젠 의료비 무임승차에서 내려야 할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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