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의(주치의)가 의료소비자(환자) 모르게 갑자기 바뀌는 사례가 더러 있었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갑자기 ‘대리(유령) 수술’에 나선 의사가 의료사고를 일으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중재 요청되는가 하면 법정으로까지 사건이 비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 의료기관은 수술에 참여하는 모든 의사의 실명을 공개하고 의사 변경시, 즉 대리 수술에 나설 시에는 반드시 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리 수술'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집도의의 실명과 전문·진료 과목 정보를 환자에게 제공하도록 표준약관을 개정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공정위 개정 약관에 따르면 부득이 주치의가 변경될 경우, 의료기관은 수술을 하기 전 환자나 대리인에게 구체적인 변경 사유를 설명하고 환자 측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공정위는 수술·시술에 앞서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해야 하는 항목에 주치의 변경 가능성과 사유, 수술방법의 변경이나 수술범위의 추가 가능성도 추가해 환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수술하던 중 긴박하게 주치의가 바뀌거나 수술방법 변경, 수술범위 추가 등 사유가 발생하면 사후에라도 그 사유와 수술 결과를 설명하도록 했는데, 이는 병·의원들이 유명한 의사의 이름을 빌려 환자를 끌어들인 뒤 실제로는 다른 의사가 수술을 담당하는 대리 수술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공정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개정 표준약관에 따르면 복잡하게 구성된 설명사항은 환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내용별로 구분해 기재해야 한다. 이를테면 '기왕력'은 '과거 병력'으로, '본인'은 '나'로 고치는 등 일부 표현을 쉽고 정확하게 다듬었다. 이밖에도 환자가 동의서 사본을 요청하면 의료 기관은 지체없이 환자에게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대리 수술과 관련해 의료소비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공정위 개정 표준약관은 병원이 표준약관을 만들 때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게 되며, 이 같은 수술동의서 표준약관이 보급되면 수술 의사 변경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환자가 이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하니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다소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있지만 잘한 일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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