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의 A 교수는 난소암 수술, 자궁근종 수술, 자궁적출 수술 등 모두 3건을 집도하기로 수술 일정이 잡혀 있었으나, 수술 당일 일본에서 열린 '부인과종양학회 학술 강연회' 참석 때문에 다른 산부인과 교수와 전문의가 대리수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측은 이 같은 대리수술이 일어난 사실을 자체조사를 통해 확인한 후 A 교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중징계인 무기정직 처분이 내려졌다. 병원 측은 환자와 보호자를 직접 찾아가 사과하는 한편 수술비와 진료비 등을 전액 환불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리 수술'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집도의의 실명과 전문·진료 과목 정보를 환자에게 제공하도록 표준약관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개정 약관에 따르면 부득이 주치의가 변경될 경우, 의료기관은 수술하기 전 환자나 대리인에게 구체적인 변경 사유를 설명하고 환자 측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공정위는 수술·시술에 앞서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해야 하는 항목에 주치의 변경 가능성과 사유, 수술방법의 변경이나 수술범위의 추가 가능성도 추가해 환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유령수술이라고도 불리는 대리수술은 환자와 보호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아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수술 후 부작용 발생 시 책임소재가 모호해진다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의료계에서도 지적하는 사항이다. 의료법 측면에서 한 전문가는 의학은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전문 분야라는 점에서 대리수술은 사기죄 구성 요건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 제66조(자격정지 등) 1항에는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하는 행위를 하거나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행위를 하게 하면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보건당국도 대리수술이 위 조항에 저촉되므로 관할 보건소 등에서 신고가 접수되면 사실관계 파악 후 처벌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의학용어에 ‘라포(rapport)’란 말이 있다. 의사와 환자 상호간에 신뢰하며, 감정적으로 친근감을 느끼는 인간관계를 의미한다. 주치의와 환자 사이에 치료적 관계형성에 핵심이며, 이런 믿음이 환자의 예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거의 정설이다. 대리수술은 의사와 환자 간의 믿음이 무너지는 것이며, 이는 환자와 보호자를 상대로 한 사기행위로 치부된다. 따라서 대리수술은 근절돼야 하며, 이를 위해 의료계의 총의(總意)가 모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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