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좋아!’ 내 나이 일흔셋, 그녀를 만났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녀.> 지난 2002년 상영된 이 영화 ‘죽어도 좋아!’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것이다. 주연으로 등장한 두 사람 모두 일흔을 넘긴 어르신이다. 각자 배우자와 사별을 한 두 사람은 죽음보다 외롭게 고독과 친구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운명처럼 만났다. 한시가 안타까운 두 사람은 마음 가는 대로 몸 가는 대로 사랑을 태운다. 사실주의를 표방한 이 영화는 실제 노부부의 일상을 재연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위한 노력이 영화 곳곳에서 묻어났다고 영화평론가들은 입을 모았다.

늙었다고 모든 게 안 되는 게 아닐 것이다. 발기부전치료제 카피약은 지난해부터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예전의 10분의 1 값에 구할 수 있는 복제약의 대거 등장은 노인 성생활 향상에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노인 대상 음성적인 성매매를 하는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의 불법 매춘은 최근 몇 년간 심각한 사회문제로 불거지기도 했다.

고령층의 성병 감염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수명 연장에다, 좋아진 어르신들의 체력, 그리고 값싸고 다양한 성기능 개선제의 보급으로 이들의 성생활이 가능하게 된 영향이 크다. ‘박카스 아줌마’ 불법 성매매도 노인 성병 급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노인들은 콘돔 사용 등 성병 예방 및 치료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거나, 설사 성병을 얻었더라도 이를 외부에 노출시키기를 극히 꺼려해 관리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2011∼2015년 성매개 질병 진료 현황)에 따르면 60세 이상 연령층의 매독, 임질, 헤르페스 등 성병 감염 증가율이 20, 30대보다 높게 나타났다. 성병으로 진료받은 60대는 37.2%(2만651명→2만8340명), 70대는 34.2%(8399명→1만1274명)의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80세 이상 노인은 2011년 1507명에서 지난해 2410명으로 59.9% 급증했다. 반면 지난 5년간 가장 많은 환자 수를 기록한 30대(약 52만명)는 27.8%, 20대는 2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노년층 성병이 늘고 있는 데는 노인 성생활의 꾸준한 증가와 불법 성매매의 지속 등과 무관치 않다. 실제 보건복지부 조사(2011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66.2%가 활발하게 성생활을 하고 있으며 35.4%는 성매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많은 어르신들이 체면 때문에 성 상담을 받길 저어하거나 성병 감염 뒤에도 음지에서 홀로 전전긍긍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남성은 ‘문지방 넘을’ 힘만 있으면 ‘욕망’한다는 속언이 있다. 욕구 행위가 망측해서, 자식들 며느리들, 손주들 앞에서 창피해서 음지 속에서만 이뤄지면 그 부산물로 생겨나는 노인 성병은 어둠을 타고 음습하게 확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를 양지로 나오게 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 마련과 인식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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