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중진국의 두꺼운 외피를 벗지 못하고 수년간 뱅뱅 맴돌고 있는 정체된 한국사회를 선진국 반열로 올리기 위해 등용문이 될 이 법 시행에 거는 기대가 크다.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 사회정의가 정착되고 그 기반에서 부정과 불의가 발붙이지 못한 가운데 공정한 게임의 룰이 지켜지는 밝은 사회가 김영란법 시행으로 실현되리란 희망이 퍼져나가고 있다.

의료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이 법 시행으로 불어 닥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종전에는 병원을 이용하면서 정해진 날짜보다 외래 진료나 입원, 수술일자를 앞당겨 해달라고 청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앞으로 대학병원이나 국공립 병원 쪽에 이런 청탁을 하거나 받으면 양측이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아울러 환자나 환자의 가족 입장에서 의사나 간호사 등에게 감사의 표시로 선물을 할 때도 기준을 넘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 등의 김영란법 시행 지침에 따르면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이나 사립대학 교수가 근무하는 협력병원에는 이 법이 적용돼 이들 의료기관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청탁이 이젠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병원에서 진료나 입원 순서를 앞당기는 행위는 권익위가 공개한 청탁금지법 사례집에서도 대표적인 부정청탁 사례로 꼽혔다. 이에 한 국립대학종합병원은 외래 및 입원 진료 일정을 조정하거나 다인실 입원 등과 같은 청탁은 모두 거절하겠다는 것이 병원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환자, 제약회사 직원 등으로부터 식사나 선물 등을 받는 것도 제한을 받는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 등의 목적일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식사(3만원), 선물(5만원), 부조금(10만원)이 상한선 내에서 허용된다. 일부 병원들은 개별 상황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이 시행되는 초기인 만큼 ‘본보기’사례로 적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상한선 아래의 식사나 선물도 거부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약업계의 경우 협회 중심으로 김영란법 시행 전에 법규 준수에 대한 세미나 등을 실시했으며, 일선 개별업체들도 자체적으로 이에 대한 임직원 교육을 시행해 왔다. 특히 관공서를 상대하는 제약사 ‘대관업무’ 관계자들은 법 적용의 최일선에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과 함께 보건의료, 제약업계에도 자정바람과 함께 공정성, 청렴성, 준법성, 투명성, 정당성이 미덕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 주변에 뿌리내렸던 각종 부정청탁, 리베이트, 뒷거래, 새치기 등의 적폐(積弊)가 서서히 사라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모쪼록 법 시행으로 보건의료계에도 신풍(新風)이 진작되어 의료선진국, 제약강국으로서의 면모가 건실하게 자리매김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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