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몹시 부산하다. 모든 신체기능이 왕성하기 때문에 조금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 이리 뛰고 저리 튀고 도저히 행동을 예측할 수 없다. 아이들을 돌보기가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놀이터에 데리고 나가 돌보다 자칫 한눈을 팔기라도 하면 다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행히 상처가 경미하면 다행이지만 혹여 심하게 다치기라도 하면 여간 속상한 게 아니다. 흉터가 깊게 지게 되거나 신체 일부가 손상당하게 되면 아이에게 평생 큰 짐을 지우게 된다. 어른 입장에서도 평생 가슴에 대못을 박고 살게 될지도 모른다.

전우찬 인제대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팀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질병관리본부가 조사한 '응급실 기반 손상 심층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놀이터에 있는 그네를 비롯하여 미끄럼틀·철봉·정글짐·시소 순으로 이용할 때 아이에게 위험한 만큼 주의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놀이터에서 다쳐 전국 20개 병원 응급실을 찾은 8세 미만 아동 611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연구진은 사고 유형·부상 정도 등을 반영한 통계적인 보정을 통해 시소를 기준으로 머리 손상 위험률을 계산했다. 그 결과, 그네의 위험률이 시소의 4.7배로 가장 높았다.

또 미끄럼틀이 시소보다 4.1배 위험했고, 다음으로는 철봉 3.1배·정글짐 2.9배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전우찬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놀이터 기구는 이용 연령 제한 기준이 없는 상태라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최근 놀이터에 폴리우레탄과 같은 충격 흡수재가 많이 설치되면서 부모가 안심하는 경우가 있는데 낙상 사고로 인한 큰 부상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전 교수는 이어 "머리 손상 말고도 놀이기구를 이용하다 보면 손목·무릎·어깨 등에 골절상을 입을 수 있다"며 "미취학 아동이 놀이터에서 놀 때 항상 지켜보고 안전하게 이용하도록 지도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순간 위험에 노출된다고 할 수 있다. 순간 덮쳐오는 사고 때문에 아이가 큰 부상을 당하게 되면 그로 인한 흉터 또는 불구는 평생 아이와 부모에게 삶의 강고한 질곡(桎梏)이 될 수 있음을 명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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