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서울 광장시장의 ‘마약김밥’, 대구 유명 빵집의 ‘마약빵’을 비롯하여 ‘마약옥수수’, ‘마약떡볶이’ 등 한번 먹으면 자꾸 생각날 정도로 중독적인 맛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마약’이라는 단어가 흔하게 쓰이고 있다. 맛에 대한 다양한 표현 중의 하나로 웃어 넘기려다가도 ‘마약’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 왠지 모를 친근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든다.

마약(Narcotic)은 원래 ‘Narkotikos’라는 ‘무감각’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한자로는 ‘마취(痲醉) 작용이 있는 약(藥)’이란 뜻으로 오래전부터 종교 의식용이나 질병 치료용으로 사용해 왔으며, 현재도 말기 암환자나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많은 환자 등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치료 목적이 아닌 ‘마약’이 가진 습관성과 탐닉성 때문에 일시적 쾌락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마약은 중독성이 강해 한번 경험하게 되면 다시 찾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폐인이 되거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다. 마약(痲藥)이 아니라 ‘악마의 약’이라는 의미의 마약(魔藥)이 되는 것이다.

지난 해 검찰과 경찰에 적발된 마약류 사범이 약 14,000명에 달해 2015년 대비 19.3%나 증가했다. 예전에는 조직폭력배들이나 유흥업소 종사자 같은 특정부류의 사람들만 복용하였으나, 최근에는 일반인들까지로 확산되면서 급증하는 추세이다. 지난 3월초에도 서울 이태원 근처 주택가에서 감기약에 든 성분을 이용해 필로폰을 만들어 온라인메신저를 통해 판매한 30대 남성이 적발되었는데, 구매자 가운데 대학생, 초등학교 교사 등 일반인들도 다수 있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마약은 기본적으로 그 특성상 중독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마약류는 개인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약물’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2015년도 마약류 국민인식도 결과보고서」(㈜월드리서치, 2015. 12.)에 따르면, 마약류 및 약물 오ㆍ남용에 의한 우리나라의 연간 사회경제적 손실이 2조 5천억원 규모에 이른다고 한다. 지금은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국가가 될 수 있도록 국민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때라 하겠다.

정부는 마약ㆍ향정신성의약품ㆍ대마를 ‘마약류’로 지정하고, 의료용이나 연구용이 아닌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로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또한 날로 심각해지는 마약류 범죄 근절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ㆍ검찰ㆍ경찰ㆍ관세청 등 관계 정부기관으로 구성된 마약류대책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작년 4월부터 범부처 마약류 범죄 근절 종합대책을 세워 마약류 범죄근절 및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한 대대적 홍보 및 단속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마약류 의약품의 오ㆍ남용을 시스템적으로 차단하기 위하여 제조ㆍ수입된 모든 마약류 의약품에 일련번호를 부여하여 병의원ㆍ약국까지 유통경로를 추적하고, 환자 조제ㆍ투약 현황까지 상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용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동물용 마약류의약품의 취급 전 과정에 대한 보고가 의무화 된다. 시스템이 운영되면 환자별 투약 현황 점검을 통해 동일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통해 과다 중복처방 여부 등이 추적 가능해져 마약류 오ㆍ남용 사전 예방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인지방식약청(이하 경인청)은 인천광역시와 한강이남 경기도 21개 지자체 지역의 식품ㆍ농축수산물ㆍ의약품 안전관리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특히, 마약류 국내 유입의 주된 경로인 인천국제공항 및 인천항, 평택항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적 특성상 마약류 예방 활동 및 사전 관리 업무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에, 경인청은 인천 및 경기도 마약퇴치운동본부와 함께 매년 마약류 오ㆍ남용 예방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으며, 보다 안전한 마약류 사용을 위한 마약류 취급자 교육, 마약류 불법유통 단속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또한 경기 남부지역 검ㆍ경 마약수사 합동수사반의 유관기관으로서 업무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경인청은 지역 유관기관들과 함께 마약퇴치 및 올바른 마약류 의약품 사용을 위한 약물 오ㆍ남용 예방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며, 궁극적으로 우리 국민이 마약에 노출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전종민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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