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보화, 천하절색, 주지육림도 건강이 전제되지 않으면 색즉시공(色卽是空)의 허무 존재다. 내 몸이 건강해야 세속의 모든 욕망 대상이 공허에서 벗어나 제 가치를 부여해 준다. 그래서 속세 사부대중의 행복 제1조건이 건강인 것이다.

서울의대 건강경영전략연구실은 지난 3월 한 달 동안 여론조사기관 월드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우리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신개념 웰빙, 삶의 질 지표' 설문조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여기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삶의 질(웰빙)에 있어 건강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생각한다는 조사결과가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 삶의 질 지표는 가족 및 가정·건강·교육·사회참여·삶의 만족도·소득·안전·여가 및 문화활동·일과 생활의 균형·전반적인 인간관계·주거·지역사회·직장·환경 등 14개 항목이 선정됐다.

조사 대상자에게 각 항목에 대한 중요도를 0점(전혀 중요하지 않음)부터 10점(최고로 중요함)까지 척도를 제시해 평가하도록 한 결과, 건강(9.2점)이 단연코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는 건강이 웰빙의 최고 조건이란 의미다.

삶의 질 지표 측정에 있어서 건강에 이어 가족 및 가정(8.9점), 안전(8.6점), 삶의 만족도(8.5점), 소득(8.5점), 교육(8.1점), 사회참여(8.1점), 여가 및 문화활동(8.1점), 지역사회(7.9점) 등 순이었다.

또 현재 상태에서 삶의 질 14개 항목에 대한 만족도는 가족 및 가정(7.9점), 건강(7.7점), 인간관계(7.4점), 안전(7.3점)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소득(6.8점), 여가 및 문화활동(6.8점), 직장(6.8점)은 낮은 점수를 보였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윤영호 서울의대 교수는 "갈수록 삶의 질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경제지표만을 정책 수립에 고려할 게 아니라 이런 삶의 질 항목에 대한 평가도 포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행복을 가늠하는 정량적인 부피는 늘어난 것 같지만 짐짓 질적인 측면에서 우리 국민은 만족도 면에서 뒤지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졌지만 피 튀기는 과도경쟁과 낙오의 두려움 속에서 막무가내 질주해야 하는 삶의 굴레에 틀어박힌 탓으로 건강 등 웰빙 지표는 낮아지고 있다.

특히 경쟁에 지쳐 피로가 만연하고 있는 이 시대에 건강은 어느 누구에게서도 빌릴 수 없는, 양보할 수 없는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임을 되새겨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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