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특별기고]

요즘 날씨는 봄을 즐겨볼 사이도 없이 어느새 여름으로 내달리고 있고, 가뭄으로 인해 농민들은 하루하루 가슴을 졸여가며 단비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우리 약사들도 현안들에 휩싸여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약사의 길, 약사의 길은 일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다양하고 다채롭다. 공직약사의 길을 걸으며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식약처에서 일한다고 하면, ‘아~~ 약사는 약국이나 병원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라고 말하는 사람이 일반적인 경우다. 사실 약사의 대부분이 약국을 개업하거나, 관리약사로서 약국에서 일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의 인식으로는 ‘약사’ 하면 약국을 떠올리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겠다. 하지만, 실제로는 약국과 병원뿐만 아니라 도매상 등 유통업에 속한 약사, 제약회사, 의약외품·화장품·의료기기 제조회사 등 제조업에 몸담고 있는 제조관리자로서의 약사, 또 평생 연구로서 약학의 발전에 일조하면서 후학을 길러내는 학계에 몸담은 약사, 국민의 건강과 보건위생 향상을 위해 일하는 공직약사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는 약사들이 많고, 또한 그런 분야에서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내는 약사들이 고맙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이 중 공직약사의 길은 더 세분화되어 정말 다양하다. 복지부, 식약처와 같은 약무행정 파트와, 수사 및 시험검사, 특허심사 등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보건환경연구원, 특허청, 또 지역주민의 위생과 건강을 책임지는 지자체 보건소, 시립병원 등, 다양한 공직의 길이 있다. 또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초국가적 감염병 대응과 방역시스템 구축을 위한 방역직으로도 약사가 지원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하여 약사가 지원할 수 있는 분야가 보건, 약무, 환경, 방역직으로 범위가 확대되었다. 이렇듯, 많은 다양한 분야에서 약사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고무적이며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사실 공직약사의 수로 보면 전체 약사 수의 극히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후배약사들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공직에 발을 담갔다 하더라도 많은 수의 약사들이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현실적이지 않은 보수 때문 아닐까 생각하지만, 사실 공직약사로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자부심을 갖기 위해서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그 후에는 자신의 뜻을 담은 정책을 펴낼 수도, 또 국민보건향상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며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는데, 그 단계까지 가기도 전에 중도에 포기하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공직약사라면 공무원으로서의 행정적인 업무 외에 전문성을 요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많은 약사들이 공직의 길을 걸으며 전문성을 발휘하고 더하여 정책 입안 및 제도 개선 등 행정업무까지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업무 자체의 특성상 제약업계와 맞물려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산업체와의 소통 등 전문성과 함께 여러 가지 요건들이 공직약사에게 요구되는 바이다. 이에 더해 김영란법의 시행 등에 따라, 대민지원업무를 하고 있는 공직약사에게 청렴은 더 말할 필요 없이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면에서 약국 등에서 일해 본 약사들이 공직에 몸을 담게 되면, 환자와의 직접적인 대화 등의 경험, 경제적인 측면이 아닌 사명감으로 공직을 선택하기에 전문성, 소통능력, 청렴 면에서 우수할 수 있으므로, 다른 분야에 있었다 할지라도 공직약사의 길은 활짝 열려있으니 주저하지 말고 공직약사의 길을 선택하길 부탁한다.

나의 경험을 예로 들자면, 식약처에 몸담기 전 약국을 개업하여 운영하였고, 제약회사의 시험분석실에서 분석업무를 했던 적도 있고, 병원약사로서 근무하였던 적도 있으나, 20대의 나이에 공직에 몸을 담고 30여년 동안 복지부 등 많은 부서들을 거치며 정책 입안 및 제도 개선 등 내 손을 거쳐 간 수많은 업무들을 통해 축적된 경험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 돌이켜 생각건대, 후배들이 현안을 들고 자문을 왔을 때 경험들을 살려 조언해주고 또한 후배들도 만족스런 답변을 얻었다며 고마워 할 때, 또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실행했을 때 참 뿌듯하고 자부심을 느낀다.

지금도 눈을 감고 생각해보면 의약분업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의 중심에서, 사리사욕이 아닌 국민건강을 위해 어떤 제도가 나을지에 고민하며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던 때도 기억난다. 동일한 시대에 같이 약사로서 일했다면 이 사안에 대해 똑같이 고민하고 갑론을박하였을 테지만, 공직약사로서 일했기에 그 결론에 내 의견과 뜻을 접목시키는 것이 더 용이하고, 그래서 더 많이 중도의 관점에서 국민의 관점에서 바라보려 노력하고, 그렇게 합의를 통한 결과를 도출해 냈다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감에 있어 사실 인공지능의 발달 등으로 약업계에서도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 외의 복약지도나 상담 등 인간 본연의 업무로 가능한 일들의 개발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공직약사의 일은 인공지능으로 대체 불가한 대민지원업무로서 약사로서의 입지를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약대 6년제의 도입으로 2015년부터 PEET를 통한 첫 약사가 배출되었고, 이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더 높아지는 가운데, 과연 바람직한 약사상이 무엇일까? 최근 미국사회 직업 신뢰도 조사 결과에서 약사가 2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도된 적이 있다. 미국 사회에서 약사가 국민과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성실하게 상담하는 등의 일련의 활동들이 국민들에게 높은 신뢰감을 심어준 것으로 본다. 이에 바람직한 약사란 국민과 가까이 호흡하고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겠다. 더불어 그 연장선에서 후배 약사들이 더 많이 공직의 길을 선택하여, 자아실현과 동시에 국민의 건강과 보건위생 향상을 위해 일할 수 있길 바래본다.

현재도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여 약사(藥事)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약사(藥師)들에게, 특히 공직에 몸을 담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후배 공직약사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싶다.


                                   김광호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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