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다보면 동네를 빠져나와 대로변 건널목에서 젊은 사내와 자주 마주친다. 그는 볼 때마다 담배를 핀다. 신호등을 기다릴 때는 일부러 그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게 된다. 파란불이 켜지면 사내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손으로 옮긴 뒤 빠른 걸음을 재촉한다.

옆에서 걷는 나에게 담배 냄새가 덮치면서 역겹게 폐부를 찌른다. 숨이 더 차는 느낌이다. 간접흡연 폐해를 생각하면 부아가 치민다. 횡단보도를 다 건너자마자 사내는 불이 붙어있는 담배를 길가로 휙 던진다.

흡연권도 좋지만 너무 심하다는 느낌이다. 물론 담배를 사 피우는 이들은 나라곳간을 채워줘 일응 고마운 점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사내처럼 보행 중 흡연자는 혐오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민 10명중 9명이 보행중 흡연 금지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 7~8일 이틀간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7 함께서울 정책박람회'에서 보행중 흡연 등 내용의 정책의제에 총 1만4252명의 시민들이 투표한 결과 88.23%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5월 온라인 정책 공론장인 '데모크라시서울'에서 공모를 통해 '보행중 흡연 금지'를 포함한 5개 정책의제를 선정했다.

그 후 지난달 5일부터 30일까지 데모크라시서울 등을 통해 총 1만2000여명이 사전투표를 마쳤고,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2250여명이 거리투표에 참여했다.

이 정책을 제안한 중학교 3학년 송모군은 "길을 지나가다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 옆에 서 있는 어린 아이의 키가 담배를 들고 있는 손과 너무 가까워 위험해 보였다"며 제안 이유를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민 가운데 성인남성 흡연율은 36.5%로 미국, 호주보다 2배이상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연간 7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보행중 흡연으로 인한 간접흡연 피해와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를 근거로 금연거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특히 키가 흡연자의 손 높이에 해당하는 아동들을 위해 어린이 놀이터, 어린이집 근처 등을 금연거리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는 보행중 흡연으로 인해 담뱃불이 바람을 타고 주위 사람에게 옮기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흡연자들은 다시 한 번 걸으면서 담배피우는 행태에 대해 자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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