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두근거리고 귓가에 심장소리가 들린다면 부정맥 의심

 
보통 부정맥과 같은 심장질환은 연령층이 높을수록 발병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국내 급성 심정지로 사망한 환자의 약 20%는 40대 이하의 젊은층이었다. 이는 평소 건강과 나이를 믿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우리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 우리의 심장은 나이와 상관없이 늘 크고 작은 신호를 보내온다. 특히 별다른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갑작스럽게 심장이 빨리 뛰거나 느려지는 증상이 느껴진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부정맥이 의심되는 상황을 방치할 경우 심장마비와 같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맥박이 비정상으로 뛴다면 부정맥 의심해야
심장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혈액을 밀어낸다. 온 몸에 피가 순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심장의 수축현상은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심장근육 세포에 전기 자극이 가해지면서 발생한다. 심장에는 전기 자극을 만들어 내는 자극 생성조직과 이를 심장근육 세포에 전달하는 자극 전도 조직이 있기 때문이다. 자극 생성조직은 1분에 60~100회씩 규칙적으로 전기 자극을 만들어 낸다. 이 자극이 정상적으로 심장근육 세포에 전달되면 심장의 수축과 이완이 일어나 모든 신체에 필요한 혈액이 공급된다.

부정맥은 이런 심장의 자체 조절 능력이 망가지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일정한 주기로 반복돼야 하는 심장수축과 이완활동이 비정상적인 리듬을 타면서 맥박이 너무 빠르거나 느린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부정맥이 생기면 심장 펌프작용이 원활하게 되지 않기 때문에 심장 내로 들어온 혈액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해 심부전, 심정지에 이르게 하기도 하며, 또 심장 속에 혈전이 만들어져 굳어진 혈액 덩어리가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을 유발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놀라거나 심하게 긴장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면 자기 자신의 심장 박동을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부정맥이 발생하면 빠르거나 느린 심장박동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런 심장박동은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덜컹거리는 증상을 발생시킬 수 있으며, 또 심장으로부터 공급받는 혈액량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어지럼증과 피로감, 맥 빠짐,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OK내과 이수진 심장전문의는 “부정맥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이상에 따라 증상의 차이를 보인다”면서 “어떤 환자는 아예 증상이 없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처음 나타난 증상이 급사일 수도 있는 만큼 증상이 나타나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과 심실빈맥, 뇌졸중∙심장마비에 이를 수도 있어
부정맥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대표적인 부정맥은 심방세동이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무질서하게 뛰면서 불규칙한 맥박을 형성하는 흔한 부정맥 질환이다. 심장의 구조적 이상이 없는 사람에서도 잘 생겨나고 판막질환, 관상동맥질환, 심부전증, 선천성 심장질환 등에서 잘 동반된다. 연령이 높을수록 발생율이 높으며 알콜 섭취와도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두근거리며 가슴이 답답하거나 어지럼증, 실신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방세동의 경우 심장이 규칙적으로 힘차게 뛰지 못하기 때문에 심박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특히 맥박이 빠른 경우 심부전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심장 내에 혈액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혈액이 응고돼 혈전을 유발해 뇌졸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일반 정상인과 비교했을 때 뇌졸중의 위험성이 4~5배 정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다른 부정맥에는 심실빈맥이 있다. 심실빈맥은 심실에 전기적인 이상이 발생해 심장이 병적으로 빨리 뛰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심실 박동은 정상적으로 분당 70~80회로 일어나는데 심실빈맥의 경우 분당 120회 이상의 빠르기로 발생한다. 정도에 따라 단순 두근거림으로 그치기도 한다.

이수진 심장전문의는 “심실빈맥의 경우 단시간에 연속해서 발작이 일어나면 호흡곤란과 불안감, 가슴 불쾌감,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며 “특히 심장에 구조적인 이상이 있는 사람은 발작 시 혈압이 떨어지면서 의식을 잃거나 심한 경우 심실세동과 심정지로 이어져 사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심장주치의와 함께 심전도 검사로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좋아
부정맥의 핵심은 정확한 진단이다. 원인이 무엇이며 지금 상태가 어떠한지를 파악해야 치료 여부와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 부정맥을 진단하는 대표적인 검사로는 심전도, 홀터, 이벤트 레코더 등이 있다.

심전도는 심장이라는 모터 속에 내장돼 있는 발전기에서 발생 및 전달되는 전기 신호를 포착해 화면이나 종이에 표기해 주는 검사법이다. 신호의 반복 속도가 과도하게 느리거나 상황에 맞지 않게 빠른 경우, 규칙성이 없어진 경우, 규칙적인 신호 사이에 불규칙적인 신호가 끼어 있는 경우, 신호의 규칙성과 반복 속도는 정상이지만 신호의 모양이 이상한 경우를 부정맥의 신호로 판단한다.

심전도가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30초 정도를 기록하기 때문에 제한이 있다. 필요한 경우 환자의 몸에 휴대용 심전도를 부착시키고 24시간 혹은 48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심전도를 기록하는 홀터검사, 7~14일 동안 기계를 갖고 다니면서 증상이 발생할 때의 심전도를 기록하는 이벤트 레코더 검사 등이 부정맥의 진단에 유용하다.

부정맥의 치료는 비정상적으로 느린 맥박이 있는 경우와 빠른 맥박이 있는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 맥박이 심하게 빨라지는 부정맥은 우선적으로 약물을 사용한다. 여기서 사용되는 약물은 전기 신호의 발생 및 전달을 억제하는 약제로서 장기적으로 투여하며, 심한 경우는 평생을 복용해야 한다. 약물 치료는 완치보다 질환의 억제를 목표로 하는 치료라고 할 수 있다.

맥박이 심하게 느린 부정맥에서 특히 어지럼증, 실신 등의 증상을 동반할 때 인공 심장박동기를 삽입해 치료한다. 인공 심장박동기는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심장 안의 발전기를 대신해 전기 신호를 발생, 심장 박동의 규칙성을 유지해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수진 심장전문의는 “부정맥처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은 빠른 응급조치가 필요한데 그보다도 응급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두근거림, 덜컹거림, 가슴 답답함, 어지럼증, 실신 등의 증상이 발생하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심장주치의를 정해 자세한 상담 및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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