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의료원, 평소 심폐소생술∙기도폐쇄 등 응급상황 대처법 숙지해야

지난 2007년 대전에서 추석을 맞아 송편을 먹던 70세 노인은 떡이 기도를 막아 숨졌다. 2010년 유치원에서 떡볶이를 먹던 수원의 5세 아동과 2004년 성우 장정진 씨가 녹화 도중 소품용 떡을 먹고 기도가 막혀 사망하는 사건 등 기도폐쇄로 인한 사고는 다양한 연령대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암센터에 근무하는 전병철 씨(41세)도 지난 2010년 간식으로 먹던 떡이 기도를 막아 죽음이 임박함을 느끼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옆에 있던 동료 김주호 씨(38세)가 심폐소생술 교육에서 배운 복부 밀어내기를 30초가량 실시해 떡이 나오면서 생명을 건졌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앞이 캄캄해진다. 평소 병원에서 받아온 응급 상황 대처 교육이 동료의 소중한 생명을 살린 것이다.
 
음식물이나 작은 장난감 같은 이물질이 기도를 부분이나 완전히 막아서 호흡을 방해하는 것을 ‘이물질에 인한 기도 폐쇄(질식)’라고 한다.
 
기도폐쇄는 흔히 소아와 영아, 치아가 없거나 약한 노인, 의식이 저하된 환자에게서 발생하며 초기 대처가 늦어지는 경우 환자가 심정지로 이어질 수도 있어 적절한 대처방법을 알고 있어야만 한다.
 
또 설, 추석과 같은 명절에는 장시간 운전∙야외 활동으로 인한 피로, 과음, 과식, 알레르기 등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이 증가하기 때문에 평소 응급상황 대처법을 숙지하고 상황 발생 시 침착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기도폐쇄는 즉시 대처하지 않으면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박유석 교수는 “기도폐쇄 시 목격자가 신속히 상황을 판단하고 복부밀어내기를 통해 이물질을 제거해야 호흡곤란으로 일어날 수 있는 심정지를 예방할 수 있으며 교육을 통해 대처방법을 습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도폐쇄의 빠른 확인은 생존율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청색증, 호흡곤란, 자신의 목을 움켜쥐는 등 기도폐쇄의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에게 “목에 뭐가 걸렸나요?”라고 물어보고 환자가 말을 못하고 끄덕인다면 완전 기도폐쇄 상태를 의심, 즉시 복부 밀어내기(하임리히법)를 실시한다.
 
환자의 등 뒤에 서서 한쪽 다리를 환자 다리 사이에 넣어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탱하고 양 팔을 뻗어 한 쪽 주먹의 엄지손가락 면을 환자의 명치와 배꼽 사이 중간에 대고 다른 손으로 감싸 쥔다.
 
빠르고 강하게 양팔을 조르면서 주먹 쥔 손으로 환자의 복부를 뒤쪽, 위쪽으로 강하게 밀쳐 올린다.
이물질이 나오거나 환자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이 동작을 반복하고 의식을 잃으면 환자를 안전하게 바닥에 눕히고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데 인공호흡을 하기 전 입안을 확인해 이물질이 보이는 경우만 손가락으로 꺼낸다.
 
불완전 기도폐쇄인 경우 환자는 소리를 내거나 기침을 하고 숨을 쉴 수 있으므로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기침을 유도해 환자 스스로 이물질을 뱉어낼 수 있도록 한다.
 
▲어린이, 1세 미만의 영아는 단추, 동전, 구슬, 장난감 등의 이물질을 입에 넣었다가 삼키면서 기도폐쇄가 일어가는 경우가 많다. 영아의 기도폐쇄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복부밀어내기법은 복부 장기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등 두드러기’와 ‘가슴압박법’이 권장된다.
 
▲영아의 기도폐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작은 조각으로 분해되기 쉬운 장난감은 주지 않도록 하며 의자에 앉아서 바른 자세로 천천히 음식물을 먹도록 한다. 손이 닿는 곳에 단추, 동전, 구슬과 같이 작은 물체를 두지 않고 음식물은 씹기 쉽도록 음식물을 조그맣게 잘라서 준다. 땅콩, 포도, 방울토마토, 팝콘 등과 같이 삼키기 쉬운 음식물은 영아에게 주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약 2만 명 이상이 갑작스런 심정지로 사망한다. 이와 같은 심정지의 60% 이상이 환자의 가정에서 발생하며 환자가 심정지로 쓰러지는 것을 목격하는 경우도 40%다.
 
우리나라에서 심정지 환자를 발견한 목격자가 119에 신고하기까지는 평균 5분, 110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는 약 8분이 더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119 구급대의 도착을 기다리면서 아무런 처치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우리 가족이나 친구가 뇌손상 없이 회복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지게 된다.
 
일반인도 조금만 배우고 익히면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것을 막고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심정지 환자를 소생시키기 위해서는 ▲신속한 심정지 확인과 신고 ▲신속한 목격자 심폐소생술 ▲자동제세동기를 이용한 신속한 제세동 ▲효과적 전문소생술 ▲심정지 후 통합치료로 5개의 응급처치가 신속하게 사슬처럼 연결돼 진행돼야 한다.
 
심폐소생술은 실제 실습을 통해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므로 주요 병원을 포함한 여러 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일반인 대상의 심폐소생술 교육’에 참여하면 가슴압박과 인공호흡, 기도폐쇄(질식) 대처법∙자동제세동기 사용법을 배울 수 있다.
 
심정지 환자를 목격하면 누구나 당황할 수 있지만 심페소생술 교육에 참여해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를 해둔다면 사례의 세브란스병원 직원과 같이 소중한 가족과 동료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인 심페소생술의 순서를 알아두자.
 
1. 의식과 호흡 확인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환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큰 소리로 의식을 확인한다.
 
2. 도움 요청(119신고 및 자동제세동기 요청)
환자가 반응이 없고 숨을 쉬지 않거나  불규칙적인 호흡을 하고 있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직접 119에 신고한다. 주변에 자동제세동기가 설치되어 있다면 자동제세동기를 가져오도록 요청한다.
 
3. 가슴압박 30회
상의를 벗긴 상태에서 깍지를 낀 두 손바닥의 손꿈치를 환자의 가슴 중앙에 대고 팔꿈치를
곧게 편 상태로 환자의 가슴을 수직으로 강하게 누른다. 압박속도는 1분에 100~120회, 압박깊이는 5~6cm로 강하고 빠르게 체중을 실어서 압박한다. 압박 후 가슴은 원래 상태로 이완 되도록 한다.
 
4. 인공호흡 2회
한손으로 머리를 젖히고 다른 한손으로 턱을 들어 기도를 연다. 환자의 코를 이마를 젖힌 손의 엄지와 검지로 막은 후 입을 크게 벌려 환자의 입을 완전히 덮은 후 가슴이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면서 평소 숨 쉬는 대로 1초 동안 숨을 불어넣는다. 숨은 가슴이 올라올 정도로 불어넣으며 절대 과도하게 불어넣지 않는다.
 
5. 가슴압박과 인공호흡 반복
가슴압박 30회와 인공호흡 2회를 119 구조대가 올 때까지 반복한다. 다른 구조자가 있다면 한 사람은 가슴압박, 한 사람은 인공호흡을 맡아하며 5주기(가슴압박 30회, 인공호흡 2회*5주기)를 진행한 뒤 서로 역할을 교대한다.
 
심정지 환자가 모르는 사람일 경우 인공호흡 하기를 꺼려해서 심폐소생술을 주저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호흡이 꺼려지는 상황에서도 가슴압박만을 지속하면 몸속에 남아있던 산소가 뇌와 심장으로 전달돼 효과적인 심폐소생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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