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정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국내 의료기기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산업계와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정책지원 그리고 고령화 시대를 맞아 진단과 예방이라는 의료패러다임이 정착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 증폭, 일상 생활에서의 헬스케어를 누리고자 하는 욕구가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내 체외진단의료기기 분야는 대도약했다. 무엇보다도 자신감의 확인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짧은 시간 내 코로나 진단키트를 개발했고, 정부에서도 체계적인 긴급사용승인제도를 운용하는 등 팬데믹 상황을 극복하는데 체외진단의료기기업계가 활약하도록 지원했고 그간 잠재력으로만 언급되던 국내 기업의 역량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이에 더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보통신기술(ICT)과 헬스케어가 융합된 ‘디지털헬스케어’가 보편화되고 있다. 빅데이터, AI 등의 ICT를 활용해 고도화된 환자 맞춤의료 및 정밀의료 서비스가 제시되면서 환자・일반인에 대해 보건 수준을 끌어올리는 등 국내 의료기기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디지털 헬스케어를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며 뒷받침하고 있다.

생명공학연구센터에 따르면 2019년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4044억달러(약 493.9조원) 규모를 형성하며 2014년 3336억달러에서 연평균 4% 가량 성장했다. 전 세계 75개국 중에서 미국이 1729억달러로 전체 시장의 42.7%를 점유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갖고 있다. 그 뒤로 일본 289억달러, 독일 285억달러, 중국 273억달러, 프랑스 154억달러, 영국 120억달러, 이탈리아 102억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한국은 65억달러(약 7.9조원) 규모로 세계 9위를 차지했으며, 2014년 49억달러에서 연평균 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향후 2023년 5,1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되는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국내 의료기기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8% 내외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사태에서 체외진단의료기기 제품을 포함해 큰 폭으로 수출(약 57억달러)이 증가했다고 해도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추구해야 할 성장 방향은 자명하다.

즉,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혁신의료기기를 개발, 시장을 선도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의 확대일 것이다. 그럼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가장 필요할 것인가?

고부가가치인 의료기기산업은 대부분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다. 각국은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략적인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의료기기 최대 시장인 미국은 헬스케어 관련 IT 인프라 구축을, 프랑스는 의료기기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14개 계획을 진행하고, 일본은 국가전략특구 조성과 통합적인 의료기기 연구 기반을 구축했다. 우리 나라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은 ‘제조 2025’ 전략을 통해 의료기기 제조에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기술 발전과 기업 성장을 달성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10여 년간 이미 의료기기산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해 본격적인 정책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2017), 의료기기규제혁신 및 산업육성(2018),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2019),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2020), 코로나19 감염병 대응 및 제약・의료기기산업육성(2020) 등 매년 국민 건강권 확대와 보건의료산업 진흥을 목표로 규제와 제도를 개선하고, 산업육성책을 펼치고 R&D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특별히 주목할 부분은 지난해 5월 시행한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체외진단의료기기법’ 등을 토대로 새로운 의료기기 개발과 시장 선점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 출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새롭게 창출되는 혁신의료기기에 적합한 안전관리와 인허가 체계가 마련된 것은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의료기기산업의 수많은 스타트업, 중견기업, 다국적기업 등은 공통의 고민이 있다. 기존 제품과 다른 차별화를 가진 제품을 어떻게 개발하고 시장에 공급할 것인가라는 어려움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은 우수한 인재의 확보이다. 2019년 기준 6,078개 업체 중에서 전년 대비 새로이 250여 업체가 창업했고 6,000명 이상 고용돼 7%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고용 증가는 계속되고 있지만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연구개발자와 함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인허가, 보험, 마케팅 등 전문인력의 수요는 계속될 것이다. 즉, 우수한 인재가 의료기기산업으로 스스로 찾아오도록 유인책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산업이 유망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임상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의료진이 의료기기 개발에 적극 참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의료인과 개발자 간의 협력 연구 공간을 제공하고, 의료인이 직접 기술사업화 및 창업을 촉진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병원과 기업이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고무적이다. 시장에서 쓰이는 제품은 의료진이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끝으로 의료기기산업을 지원하는 정부의 조직과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지원 법령을 제정・시행하고 있으나 폭발적으로 늘어난 기업의 허가신청을 처리하기 위해 규제당국은 혁신기술에 대한 전문가를 확충해야 한다.

국내 산업계의 공통된 의견은 허가, 품질관리, 사후관리 등 의료기기 전주기 상에서 규제전문가의 수가 너무 적다고 토로한다. 안전성이 담보된 의료기기의 신속한 인허가를 위한 체계는 정부에서 꾸준히 만들어 왔다. 일부 인공지능, 디지털・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등 규제를 선도하고 있고,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했지만 의료기기산업의 도약을 위해 계속해서 변화무쌍한 의료기술을 이해하고 업계를 가이드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심사자 확충이 절대적으로 시급하다.

세계 의료기기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적기를 놓치지 않고, 국가 경제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각 분야에서 인재 확충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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