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장사속 제약사, 뒷짐진 관계당국...환자 생명 위협

▲ 11일 서울 동작구 바이엘 본사 앞에서 열린 코지네이트FS 공급중단 항의 시위에서 김대봉 한국코헴회 회장이 혈우병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앞으로 투쟁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혈우병치료제 ‘코지네이트FS’의 공급중단 결정 철회 요구를 바이엘이 수용할 때까지 투쟁하겠다”

혈우병 환자단체 한국코헴회 김대봉 회장(사진)은 11일 오후 1시 40분, 서울 동작구 바이엘코리아 본사 앞에서 코지네이트FS 공급중단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 현장에서 앞으로의 투쟁방향을 밝혔다.

한국코헴회는 국내 2100여명 혈우병 환자의 복지와 의료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설립된 협회로서 보건복지부 등록 비영리민간단체이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혈우병 환자와 그 가족 30여명은 “단 한명의 환자를 위해서라도 치료제 공급을 지속하라”며 지난달 한국시장 철회를 결정한 바이엘 측에 강력 항의했다.

이들은 “환자와 신뢰파기 바이엘은 사죄하라” “목숨 같은 치료제다 공급중단 철회하라” “환자기만 치료역행 약품중단 웬말이냐” “코지네이트 공급약속 바이엘은 책임져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쌀쌀한 날씨 속에서 소리 높여 외쳤다.

코헴회는 발표문을 통해 “희귀난치성질환인 혈우병의 치료제는 종류도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취급하는 의료기관 또한 적어서 환우들의 선택의 폭과 접근성이 좋지 못한 실정이다”며, “코지네이트FS의 국내 공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행위는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채 단순 기업논리로 환자들의 생명을 내 팽개치는 처사다”고 바이엘의 무책임한 행동을 비난했다.

▲ 11일 한국코헴회가 바이엘 본사 앞에서 혈우병치료제 코지네이트FS 공급중단 결정을 한 바이엘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코헴회에 따르면 현재 코지네이트FS 국내 사용자는 80~100여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에는 이 치료제에 가장 좋은 임상 치료효과를 보이는 환자들이 20여명에 달하며, 이들은 이 치료제에 거의 100%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이들에 대한 의료적 고려 없이 ‘대체 치료제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공급 중단을 결정한 바이엘이 과연 글로벌 기업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무책임한 기업이 생산하는 치료제에 대해 앞으로도 신뢰를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대봉 코헴회 회장은 “글로벌 제약사의 이 같은 행태는 비단 혈우병 환자들만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라며, “시장 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국민에게 필수 의약품을 좌지우지 하거나 협상의 도구로 삼는 행위를 그냥 보고 넘긴다면 국민건강은 돈의 논리 앞에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고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어 김 회장은 “단 한명의 혈우병 환자가 사용하더라도 치료제의 공급은 반드시 지속되어야 한다”며, “혈우병 치료제를 생산하는 다른 제약사도 바이엘과 같은 비윤리적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한국 시장 철수를 생각한 제약사는 코헴회와 일전을 벌일 각오를 하라고 경고했다.

시위를 지켜보던 서울동작경찰서 정보과 조아무개 정보관은 취재진에게 “복지부나 식약처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현 상황을 꼬집었다.

지나가던 어르신 3명도 시위를 지켜 보다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사람 생명 갖고 장난치면 안된다”며 코헴회의 이날 시위에 동조했다.

혈우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심아무개 씨(62·여)는 “우리 아들은 코지네이트FS를 꼭 처방 받아야 하는데 공급중단을 하면 다른 치료제를 사용하다 부작용으로 장애가 발생하거나 죽으라는 말”이라며, “바이엘의 국내시장 철수 결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 민경희 한마음회 회장이 바이엘 코지네이트FS 담당자에게 20여명만이라도 공급해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민경희 한마음회 회장(사진)은 코지네이트FS를 담당하는 바이엘 측 직원에게 “이 제품을 국내 시장에 도입하기 위해 고생한 것 안다”며, “힘들게 들여왔으니 꼭 필요한 20여명만이라도 대체 치료제가 정착될 때까지 판매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코헴회에서 9년 동안 근무했다고 하는 한 혈우병 환자는 기자에게 “혈우재단에서 운영하는 의원에서 혈우병 환자의 70%가 처방을 받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코지네이트FS가 아예 처방목록에 없고 주로 녹십자 의약품을 처방한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환자들은 처방을 받기가 불편했고 바이엘도 판매가 부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고 귀뜸했다.

한편, 한국혈우재단은 지난 1990년에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으로 허영섭 녹십자 회장이 초대 이사장을 맡아 3대까지 역임한 혈우병 환자들을 위한 단체로 녹십자가 매년 재단에 30억원을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혈우병 환자단체와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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