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오는 26일 파업 전야제를 열고, 다음날인 27일 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그러자 사측이 파업당일인 27일 직원회식을 계획했다.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는 날 회식이라, 왜 굳이 이날을 택한 것일까.

얘기를 지난해로 거슬러가 보자. 지난해 서울대병원 노조파업 당시 경영진은 노조에 임금인상 협상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노조도 경영진의 협상안을 받아들였다. 경영진의 임금인상 제안을 노조가 받아들이며 요란하게 시작한 파업은 단 며칠 만에 흐지부지됐던 것이다. 

파업 철회를 한 노조를 향해 결국 임금인상 때문에 파업을 했던 것이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있었다. 당시 서울대병원 노조는 파업을 결정하면서 공공의료를 외쳤기 때문이다. 파업으로 벌어진 노사관계가 임금인상이라는 접착제로 잘 붙여진 것처럼 비춰졌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접착제로 붙여졌던 노사관계는 다시 벌어지고 말았다. 지난해 임금인상을 약속했던 경영진은 병원이 적자라며 동결안을 제시했고, 이에 노조는 경영진을 비판하고 나섰다.

무리한 암병원 신축으로 적자가 발생한 것인데 경영진은 책임도 안지면서 직원들의 임금만 동결한다. 경영진은 병원이 적자라고 주장하면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첨단외래센터까지 짓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현재 노조는 쟁의투쟁을 위한 찬반 투표를 마친 상황이다.

여기서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일이 발생한다. 파업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A학과가 파업 당일 회식을 하겠다며 직원들에게 참석여부를 확인하고 나선 것이다.

직원들은 누가 회식을 파업 당일에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참석여부 문서에 참석한다고 서명했다고 한다.

파업 당일 회식을 하자는 병원 간부들의 생각은 쉽게 유추된다. 회식이 아닌 회유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회식 참석을 거부할 수도 없다. 파업은 경영진과의 투쟁이지만 회식 참석 거부는 같이 근무하는 간부와 각을 지겠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회식을 해서라도 회유를 하겠다는 시도는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그것보다는 처음에 약속한 임금인상안을 지키는 것이 도리에 맞지 않을는지. 그리고 병원 경영에 대해 말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서울대병원이 갖는 특성인 공공의료도 좋고(노조측 주장), 서울대병원이 지향하는 최고의 병원(사측 방침)도 좋다. 하지만 기본이 지켜지는 것이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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