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여드름학회,초등학생 36.2% 여드름 환자

“패스트푸드 섭취 → 인슐린 분비 → 안드로젠 분비 → 표피 과증식 → 모낭 막음 → 여드름 악화 → 과도한 세안 → 표피 과증식 → 모낭 막음 → 여드름 악화”

이미우 대한여드름학회 학술이사가 말한 여드름 악화 무한 루프다.

▲ 이미우 대한여드름학회 학술이사.

초등학교 4학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하는 소아여드름 환자가 5~6학년 초등학생에서는 2명 중 1명으로 나타났다. 피부과 진료를 받은 소아여드름 환자는 10% 미만에 불과하고 진료 지연 기간도 10개월 이상 걸려 피부에 흉터와 색소침착 등이 남을 위험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한여드름학회(회장 서대헌)는 지난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10년 간 전국 14개 종합병원 피부과를 내원한 환자 18만 명의 진료 경향을 분석한 내용과 초등학교 여드름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초등 4학년부터 여드름 급증, 피부과 진료는 10% 미만

서대헌 서울대병원 교수팀(피부과학교실)이 올해 5월 9일부터 6월 27일까지 서울 소재 초등학교 2곳을 방문해 전 학년을 대상으로 현장 검진을 실시했다. 서 교수팀은 조사에 참여한 1~6학년 학생 693명 중 36.2%가 소아여드름 환자인 것으로 확인했다.

소아여드름은 여드름 발병의 주요 원인인 성 호르몬 분비가 왕성화되기 전인 12세 이하 연령에서 발생하는 여드름을 말한다. 소아여드름은 청소년 시기에 매우 악화되거나 성인이 돼서도 만성화 될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한 피부 질환이다.

학년별 여드름 발병률은 △1학년 20.2% △2학년 22.5% △3학년 27% △4학년 39.7% △5학년 48.9% △6학년 54.1%로 집계됐다. 집계 결과를 보면 4학년부터 여드름 발병률이 급격하게 높아져서, 5~6학년 학생은 2명 중 1명이 소아여드름 환자일 정도로 발병률이 높았다.

반면 치료 현황은 매우 저조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갈수록 여드름 흉터로 이어질 수 있어 피부과 진료가 반드시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여드름 환자가 다수 관찰됐지만, 진료를 받은 환자는 여드름 진단을 받은 전체 학생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서대헌 여드름학회 회장은 “여드름이 사춘기 학생에게만 많이 발생한다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최근 전 세계적으로 소아와 성인 여드름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여드름은 더 이상 한 때의 증상이 아닌 일찍 발병해 오래 앓게 되는 만성 피부 질환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각 연령 특성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다르므로 피부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드름 환자 10년새 60% 증가 ↑ 미성년 여드름 환자 10명 중 1명은 소아

여드름학회가 2004년부터 10년간 전국 7개 종합병원 피부과를 방문한 여드름 환자 18만782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 여드름 환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10년 전에 비해 약 60% 증가했다. 특히 만 18세 이하 미성년 여드름 환자 10명 중 1명(11.5%)은 소아 환자로 나타나 소아 여드름 발생이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아 여드름의 경우 최근 4년간 매년 13% 이상씩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4년간 전국 14개 종합병원 피부과를 방문한 소아 여드름 환자 2557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 소아 여드름 환자의 78%가 초등학교 4~6학년 학생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초등학생 여드름 환자의 발병 나이는 평균 11.1세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박미연 대한여드름학회 대외협력 홍보이사는 “여드름 발병 연령이 점차 어려지는 추세로, 10~11세부터는 적극적인 여드름 관리를 고려해야 한다”며, “이 시기에 여드름은 면포 여드름(좁쌀 여드름)이 특징적이지만 아이들 피부는 성인 피부보다 연약하기 때문에 여드름이 염증성 병변으로 발전하면 흉터나 색소침착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특히 흉터의 경우 평생 지속될 수 있으므로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아 환자 여드름 발병 후 약 1년간 방치

여드름 환자 수가 증가하고 질환이 만성화 되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드름학회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2년 간 전국 4개 종합병원을 신규 방문한 여드름 환자 1297명을 분석한 결과, 발병 후 평균 3년 4개월이 지난 뒤에야 병원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드름 진료 지연 기간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길어져, 성인의 경우 평균 4년 후 병원을 찾았으며, 중고등학생의 경우 2.3년, 소아의 경우에도 10개월 후에야 병원을 찾았다.

이에 대해 이지범 여드름학회 총무이사는 “성인 환자의 경우 화장품이나 민간 요법 등의 자가치료에 의존하다 악화된 후 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고, 소아 환자의 경우 부모가 질환을 인지하지 못해 방치하다 악화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흔히 좁쌀 여드름으로도 말하는 면포와 붉고 딱딱한 화농성 여드름이 10개 가량 발견된다면 만성적인 염증성 병변으로 변해가는 과정으로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흉터가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무이사는 “여드름을 질환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시기에 한 번 겪어야 하는 ‘청춘 심벌’로 오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여드름=질환’이라는 인식 전환을 강조했다. 

소아 여드름 치료는 성인과 달라

여드름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특히 소아에서 유병률이 증가하는 등 여드름 발병 연령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여드름학회는 소아 여드름 환자와 부모가 일상 생활에서 쉽고 효과적으로 여드름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5가지 수칙을 발표했다.

여드름학회의 ‘소아 여드름 예방 및 관리를 위한 5가지 수칙’은 △지나친 세안은 피부 보호막을 파괴하므로 하루에 두 번 약산성 세안제를 사용해 세안하고 피부보습제를 사용한다 △과도한 유제품 섭취는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햄버거, 피자, 라면 등 혈당을 급격히 높이는 음식들은 여드름을 유발하므로 과일, 채소, 곡물 등으로 구성된 식단을 섭취한다 △수면 부족은 부정적인 호르몬 변화를 유발하므로 하루 7시간 이상 잔다 △잘못된 치료는 여드름 악화를 유발하므로 정확한 병원 진료를 통해 여드름을 진료 받아야 한다 등이다.

이와 관련해 이미우 대한여드름학회 학술이사는 “소아 여드름은 다른 질환과 혼동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의 상태에 관심을 가지고 질환이 의심되면 하루 빨리 피부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아에게 발생한 여드름은 방치하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치료하면 흉터 등의 후유증이 남을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 학술이사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여드름 치료제(일반의약품)는 소아 사용에 정확한 근거가 확립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드름 치료제(외용제)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두가지 성분인 ‘과산화벤조일’과 ‘살리신산2%’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성분 허가 사항을 설명하며 위험성을 말했다. ‘과산화벤조일’은 소아 사용에 대한 안정성 미확립, ‘살리신산2%’은 명확한 사용상의 안정성 미확립이라는 것이다.

또한 일반의약품 중 항생제 성분인 에리스로마이신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발현율이 가장 높게 보고돼, 어릴 때부터 무분별한 사용에 따른 항생제 노출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 학술이사는 “여드름 치료에 있어서도 소아는 성인과 달리 성장 단계 등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소아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제들로 치료 계획을 세워 이에 따라 개선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여드름학회는 잘못된 온라인 의료 정보 홍수 속에서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인 여드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 ‘제 2회 여드름 신호등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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