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공감하는 능력 조절하는 메커니즘 밝혀, 정신질환 치료 기대

▲ 공포에 대한 공감능력을 측정하는 관찰 공포 행동 모델
관찰 공포 행동 챔버 사진과 행동실험 과정의 모식도.
관찰생쥐와 시연생쥐는 각각 독립된 챔버에 놓여지고 5분간의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기를 갖는다. 곧 시연생쥐는 반복적으로 주어지는 전기충격(2초 충격-10초 휴식을 반복적으로 진행)에 의해 고통과 공포 반응을 보이게 되며, 관찰생쥐는 투명한 플라스틱 막을 통해 시연 생쥐의 고통을 바라보며 상대의 공포 반응에 공감해 동작을 멈추는 행동을 보인다. 이러한 공포 공감 행동을 4분간 측정한다.
다음날 관찰생쥐는 시연생쥐 없이 단독으로 동일한 행동 챔버에 놓이게 되는데, 고통을 받는 상대가 없는 상태에서도 24시간 전에 일어났던 관찰공포가 일어났던 그 장소를 기억해 상상공포로 인해 꼼짝 못하고 얼어붙는 행동을 보이게 된다. 이렇게 학습된 공포반응을 4분간 측정한다.
▲ Nrxn3 유전자와 억제성 SST 뉴런의 공포 공감 조절 기전
연구진은 생쥐에서의 관찰 공포(observational fear) 행동 모델을 이용해 공감 능력에 관여하는 유전자 Nrxn3을 찾았다. 관찰 공포 행동 모델은 생쥐가 전기 충격으로 고통받는 다른 생쥐를 관찰하면서 이에 공감해 공포를 느끼는 행동을 측정하는 모델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행동 모델을 이용해 생쥐 실험을 진행하고, 공포 공감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전두엽 전대상피질 부위 뉴런의 전기·생리학적 신호를 측정했다. 실험 결과, 전대상피질에 있는 여러 종류의 뉴런 중 억제성 SST 뉴런에서 Nrxn3 유전자를 제거하면 공포에 대한 공감 능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발견했다.
Nrxn3유전자가 제거된 SST 뉴런은 다른 뉴런의 흥분을 억제하는 신경전달 물질인 GABA(Gamma-aminobutyric acid) 분비능력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관찰됐다. GABA 분비의 감소는 공감 능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Nrxn3 유전자는 SST뉴런의 시냅스 전달 기능을 조절해 공감 능력에 관여한다고 볼 수 있다.
▲ 전대상피질 억제성 SST 뉴런에 의한 공포공감 반응 조절 기전
가) 전대상피질의 SST뉴런에서 Nrxn3 유전자가 제거된 생쥐는 Nrxn3유전자를 보유한 정상 대조군 생쥐에 비해 관찰 공포 행동(꼼짝 못하고 얼어붙는 행동)과 24시간 공포 기억이 현저히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뉴런의 전기·생리학적 신호를 분석하는 실험을 통해 전대상피질의 SST뉴런에서 Nrxn3 유전자를 제거하면 억제성 신경전달 물질 분비가 감소하는 현상을 관찰했다.
나) 이를 검증하기 위해 광유전학 실험을 통해 빛으로 전대상피질의 SST뉴런의 활성을 억제했다. 전대상피질 SST뉴런의 활성이 억제된 관찰생쥐는 대조군에 비해 보다 높은 공포 공감 능력을 보였다.
다) 반대로, 전대상피질의 SST뉴런을 활성화하면 관찰생쥐는 공포 공감 행동반응을 거의 보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전대상피질 SST뉴런이 공포공감의 반응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Nrxn3유전자는 SST뉴런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분비 기능에 필수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단장 연구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대뇌에서 공감 능력을 조절하는 유전자와 관련 신경회로를 밝히는 데 성공했다.

이는 공감 능력 조절 메커니즘을 유전자 수준에서 처음 밝힌 것으로, 공감능력에 장애를 보이는 자폐, 사이코패스,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 질환의 치료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감(Empathy)은 타인의 기쁨, 슬픔, 혹은 공포 같은 정서적인 상태를 공유하며 이해하는 능력이다. 공감 능력이 결핍되거나 비정상적으로 높을 경우 사회성과 정신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공감은 매우 복잡한 고등 인지 영역으로 공감 능력을 형성하는 유전자 및 뇌 신경회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진 바가 없었다.

IBS 연구진은 생쥐에서의 ‘관찰 공포(observational fear) 행동 모델’을 이용해 공감 능력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는데 성공했다. 생쥐는 공포를 느끼면 동작을 멈추는 행동을 뚜렷이 보여 공감 능력을 측정하기 용이하다.

관찰 공포 행동 모델은 챔버(상자 모양의 실험 장치) 속 두 생쥐 중 한 쪽의 생쥐에게만 전기 충격을 주고 다른 쪽 생쥐는 이를 관찰하게 하는데, 관찰하는 쪽의 생쥐가 전기 충격으로 고통받는 생쥐의 공포를 얼마나 상상하고 공감하는지를 측정한다. 생쥐의 공포 공감 능력은 상대의 고통 관찰 시 동작을 멈추는 행동의 정도와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도 공포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는 정도로 나타난다. 생쥐가 이 모델에서 보이는 공포에 대한 공감은 인간이 느끼는 공감 패턴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유전적으로 서로 다른 18종의 생쥐들을 대상으로 위와 같은 관찰 공포 실험을 진행했다. 이 중 오직 한 종류의 생쥐 그룹만이 공포에 크게 공감하는 행동을 뚜렷이 보였는데, 유전체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들 그룹의 생쥐만 Nrxn3라는 유전자가 변이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른 종의 생쥐들에게도 Nrxn3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인위적으로 유도한 결과, 이들의 공포 공감 능력이 높아짐을 확인했다. 이로써, 유전자 Nrxn3가 공포 공감 능력 조절에 관여하는 유전자임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가 뇌에서 작용하는 구체적인 기전을 밝히기 위해 전두엽의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부위에 있는 모든 종류의 뇌 신경세포(뉴런)에서 Nrxn3 유전자를 제거해 생쥐의 공감 능력을 비교 실험했다. 전대상피질은 관찰 공포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험 결과, 특정 종류의 뉴런(억제성 SST 뉴런)에서 Nrxn3 유전자가 제거된 경우에만 생쥐의 공감 능력이 크게 향상돼 공포 행동을 가장 두드러지게 보였다.

원인을 밝히기 위해 뉴런의 전기·생리학적 신호를 측정한 결과 Nrxn3 유전자가 제거된 SST 뉴런은 다른 뉴런들의 흥분을 억제하는 신경전달 물질인 GABA(Gamma-aminobutyric acid) 분비 능력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관찰됐다. GABA 분비의 감소는 공감 능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Nrxn3 유전자는 SST뉴런의 시냅스 전달 기능을 조절해 공감 능력에 관여한다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전기·생리학적 신호 측정으로 관찰한 현상을 검증하기 위해 광유전학 방법을 이용해 빛으로 직접 SST 뉴런의 활성을 조절해 보았다. SST 뉴런의 활성을 빛으로 억제하는 경우에도 Nrxn3 유전자를 제거했을 경우와 똑같이 생쥐의 공포 공감 능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Nrxn3 유전자의 역할을 검증한 것으로, SST 뉴런의 활성을 조절하는 데 필수적임이 검증된 것이다.

더 나아가 반대로 공포에 대한 공감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SST뉴런을 광유전학적 방법으로 활성화하자 공포에 대한 공감 반응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SST 뉴런의 활성을 조절하면 인위적으로 공포에 대한 공감 능력을 조절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이번 연구는 공포 공감을 조절하는 중요 유전자를 밝혀내고 전대상피질의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신경회로의 작용기전을 구체적으로 규명한 데 의의가 있다.

신희섭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은 “공포 공감을 관장하는 유전자의 발견은 인간의 위로, 동정 및 이타심같은 다른 형태의 공감능력 차이를 결정하는 기본적인 신경회로와 기전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뉴런(Neuron, IF=14.024)에 미국 동부시간으로 4월 19일자에 논문명 ‘A Missense Variant at the Nrxn3 Locus Enhances Empathy Fear in the Mouse’, Sehoon Keum, Arie Kim, Jae Jin Shin, Jong-Hyun Kim, Joomin Park, Hee-Sup Shin 등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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