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첫 수술 이후 약 22년 만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이 간이식 수술 1000례를 달성했다. 지난 1996년 7월 첫 간이식 수술을 시행한 지 22년 여 만이다. 뇌사 장기 이식 358건과 더불어 이보다 한층 난이도가 높은 642건의 생체 이식 수술을 더해 1000건의 값진 기록을 써냈다.

이는 특히 수술 위험이 높은 환자들을 포기하지 않고 치료해 얻어낸 소중한 결과물이다. 이미 한 차례 간 이식으로 내부 장기 유착이 생긴 경우 등 어려운 환자들을 도맡아 치료하며 얻어낸 1000례는 수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4월 22일 1000번 째 간이식 수술을 받은 최남진 씨도 다른 병원을 거치며 수술 자체가 힘들다는 소견을 들었던 중증 환자다. 간을 이식받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상태였지만 이식에 앞서 높은 사망 위험을 무릅쓰고 또 다른 고난이도의 수술을 견뎌내야 했다. 대동맥 판막 치환술, 흉관 삽입 후 발생한 출혈에 따른 흉강 내 지혈술까지 이겨내면서 최 씨의 투병은 한계에 다다랐다.

애타게 기다리던 공여자의 등장으로 마침내 수술대에 오른 최 씨는 우려를 뒤로 하고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수술 후 이틀 뒤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일주일 후에는 검사 결과 정상적인 간 기능을 회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는 “다른 병원에서 수술 자체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의 준비도 했는데 이렇듯 이식 수술에 성공해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 꿈만 같다”면서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에게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 씨를 비롯한 1000례의 역사는 세브란스병원이 지속적으로 환자와 공여자를 위한 도전을 시도하면서 간이식 수술을 선도해 온 결과다. 특히 간암이 매우 크거나 암세포에 의한 간문맥 혈전이 있는 진행성 간암 환자 치료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간동맥을 통한 항암약물 투여와 함께 방사선 병용요법을 적용, 치료에 반응을 보인 환자들에게 선택적으로 간이식을 시행해 높은 생존율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간질환에 따라 주변 장기까지 나빠진 환자들을 위해 간과 다른 장기를 동시에 이식하는 다장기 이식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세브란스병원은 2015년 세계 최초로 뇌사자 폐와 생체 기증자의 간을 동시 이식했다. 이를 포함해 간이식 분야에서는 현재까지 13건의 다장기 이식에 성공했다.

의료진의 실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는 기증자와 환자 간 이식도 적극적으로 실시하면서 더 많은 환자들이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2012년 혈액형이 다른 기증자의 간을 처음 이식한 이후 매년 간이식 환자 중 20% 가량이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는 기증자로부터 간을 이식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6년 4월 국내 최초로 로봇수술 술기(術技)를 이용한 간 공여자 간절제술을 시행해 공여자의 회복 기간을 개복 수술에 비해 절반 가량 줄이고, 흉터도 거의 남기지 않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후 기증자 간 절제에 로봇수술 술기를 적극 활용해 기증자는 물론이고 간이식을 받는 환자의 심적 부담을 덜어 환자와 공여자, 환자 가족 모두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오랜 시간 쌓아온 전문성과 긴밀한 협업 체계가 이러한 성과의 기반이 됐다. 간이식을 직접 시행하는 이식외과·간담췌외과는 물론이고 소화기내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 등 모든 관련 과의 의료진들이 매주 1회 이상 간이식 대상 환자에 대한 정례 회의를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다학제진료를 시행해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또한 간이식 전문 코디네이터가 수술 전 검사부터 수술 및 수술 후 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필요한 행정적인 처리는 물론이고 환자 본인과 가족에 대한 정신적인 지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를 의료진과 함께 세심히 관리해 어느 부분 하나 부족함이 없는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간이식 1000례 달성을 기념해 세브란스병원은 오는 7월 13일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ABMRC) 유일한 홀에서 대한이식학회와 공동 주최로 심포지엄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순일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은 “세브란스병원 간이식 수술의 역사는 중증 환자 한 명 한 명에 대한 맞춤 치료를 목표로 모든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며 함께 이뤄온 것”이라며 “앞으로도 각 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협력을 지속하고 발전시켜 중증 간부전 환자에 대한 간이식 분야에서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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