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 의약품 오남용-소비자를 보호하자] ‘공부 잘하는 약’의 허상⑥

글 싣는 순서 / 대한민국 ‘과잉 교육열’ 멀쩡한 아이들 ADHD 환자로 만든다
                       소비자와 의사가 말하는 ‘메칠페니데이트’, “각성제 일뿐”
                       ADHD 치료제 ‘메칠페니데이트’ 처방 수능 직전 최고점 찍고 하락
                       정신질환 초중고생 ‘서울 강남3구’ 가장 높아
                       한국얀센 ‘콘서타’ 국내 ADHD 치료제 처방량 ‘독주’
                       ADHD 치료제 환인제약 ‘페니드정’ 환각상태 빠진 청소년들
 
일부 청소년들이 환각상태에 빠지기 위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인 메칠페니데이트를 변칙적으로 복용할 우려가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환각증상 ‘경험자’인 청소년들이 ADHD 치료를 위해 처방받은 메칠페니데이트를 변칙적인 방법으로 복용해 환각상태에 빠질 수 있는 정보를 또래 네티즌들과 나누고 있어 염려되는 상황이다.
 
청소년들이 환각증상을 이용해 개인적 일탈을 할 우려가 있는 메칠페니데이트는 환인제약의 ADHD 치료제 ‘페니드정(사진 왼쪽)’이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환인제약의 페니드정은 메칠페니데이트 성분으로 속방형 제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의약품은 일반적으로 서방형과 속방형으로 분류된다. 서방형은 인체에서 약물 농도가 서서히 작용하는 반면 속방형은 빠른 시간안에 상승한다.
 
서방형과 속방형으로 조합된 다른 ADHD 치료제와 달리 페니드정은 100% 속방형 제제로 최대 약물 농도가 복용 후 1~2시간에서 도달하고 3~6시간 지속한다.
 
체내 약물 농도가 급상승하는 속방형의 이 같은 약리작용이 환각에 취하기 위한 청소년들의 탈선에 악용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손쉽게 환각에 빠지고 싶은 청소년들은 속방형인 페니드정을 잘게 부숴 곱게 간다음 체내 흡수가 더 빨리 될 수 있도록 고카페인 음료인 등에 섞어 마시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페니드정 자체만으로도 체내에서 1~2시간만에 최대 약물 농도로 올라가는데 고카페인 음료까지 같이 마셔 더 빨리 올라가는 것이다. 너무 빠른 체내 약물 농도 상승으로 부작용인 환각증상이 발생한다. 한 마디로 속방형 메칠페니데이트의 부작용을 노리는 셈이다.
 
페니드정 오남용 사례가 인터넷 상에서 떠돌고 있는 것이 발견된다.  ‘코카인말고 ADHD약 갈아서 코로빨면 기모찌!(사진 아래)’라는 제목의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기모찌는 일본어로 기분좋다는 표현이다.)
 
모리시타미치루라는 닉네임을 쓰는 네티즌은 “메칠페니데이트를 갈아서 코로 흡입하거나 고카페인 음료에 섞어 마셨더니 우샤인볼트가 된 기분”이라며, “중독될까봐 무서워서 두 번하고 말았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이 경험담에 “메칠페니데이트는 코카인보다 약하다카던데 작용기전은 비슷하고”, “나도 해보고싶네”라는 댓글(사진 아래)이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남용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흥분제를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한 업자는 흥분제를 소개하면서 “ADHD 치료제 페니드정을 카페인 음료와 함께 마시면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부추기고 있다.(사진 아래)
 

또 다른 네티즌은 시험 기간에 페니드정을 음료와 함께 복용했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다른 네티즌들에게 미친짓이라고 강조했다.(사진 아래) “시험 때 페니드에 듀미록스 제로칼로리 콜라 들이켰던 기억이 나네요. 나중에 심장이 죄여서 베타차단제까지 같이 먹었던 거 지금 생각하면 완전 미친 짓이었어요”
 

페니드정을 제조·판매하는 환인제약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환각상태에 빠지기 위해 청소년들이 페니드정을 갈아 먹는 사례는 처음 듣는다”며, 이 같은 사례가 사실인지 되물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관계자도 “청소년들이 환각상태에 빠지기 위해 페니드정을 에너지 음료와 같이 복용한다는 사례는 처음 들었다”고 말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어 그는 “그나마 페니드정이 전문의약품이라 청소년들이 손쉽게 구하지 못해 다행이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페니드정을 오남용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복용법을 가르쳐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이 약을 복용해 환각상태에 빠진 청소년들에 대해 박은진 일산백병원 조교수(정신의학과)는 “이런 청소년은 다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약이 아니더라도 환각증상에 빠지기 위해 다른걸 하고도 남는다. 페니드정 처방을 중지하는 것 보다는 빨리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 해야한다”고 소아청소년정신의학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내놨다.
 
한편 청소년들이 환각에 빠지기 위해 오남용하고 있는 페니드정의 관리·감독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는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 향정신성의약품을 총괄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페니드정을 오남용하는 문제는 식약처 소관이 아니다”며, “전문의약품인 페니드정은 정신과 전문의가 처방하기 때문에 복지부 약무정책과가 담당해야 한다”고 관리·감독 책임을 복지부에 떠넘겼다.
 
식약처의 책임 전가에 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마약류 관리는 식약처가 전부 맡아서 하고 있는데 청소년들의 페니드정 오남용 문제를 복지부한테 떠 넘기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만약 식약처가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고 한다면 앞으로 복지부가 맡아서 하겠다”고 대응했다.
 
페니드정 오남용 문제를 관리·감독해야 할 식약처가 복지부에 권한을 넘긴 이상 복지부는 향정신성의약품이 오남용 되지 않도록 집중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
 
IMS에 따르면 페니드정의 원외처방은 2011년 13억3624만원, 2012년 13억8553만원이다.
 
<지금까지 6회에 걸쳐 보도된 향정신성의약품 ‘메칠페니데이트’ 오남용 실태 고발 기사는 본지 닥터더블유가 올 1년간 ‘의약품 오남용’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자는 운동을 펼쳐 나감에 따른 첫 신년기획 기사로 일명 ‘공부 잘하는 약’에 대한 소비자(학부모)들의 경각심을 높이고자 마련됐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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